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통보하지 않고 조사에 불출석하고 있는 17일 경기 의왕시 서울 구치소에서 호송 차량이 나오고 있다. 한수빈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이 기각되면서 윤 대통령 측이 내세워온 수사 및 영장의 ‘불법성’ 주장이 상당 부분 힘을 잃게 됐다. 윤 대통령 체포의 적법성이 법원에서 인정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 사건 수사 절차는 탄력을 받게 됐다. 공수처는 17일 “구속영장 청구 준비는 거의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오후 체포적부심사 심문을 진행한 뒤 윤 대통령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를 담당한 소준섭 판사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 서울서부지법의 관할 문제 등 쟁점에 대한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나온 후 “반드시 바로잡도록 끝까지 싸워야지요”라고 언론에 말했다. 석동현 변호사는 17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수처에서 엄연히 현직 대통령을 헌법과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내란혐의로 체포한 것의 불법성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의 부당성과 부적절함에 대하여 법원의 공감을 받아내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라도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에서 이런 점들에 대해 한층더 신중하고 종합적인 고려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여전히 법적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의 잇단 기각 결정으로 윤 대통령 측이 내세우는 법적 논리는 대다수 힘을 잃게 됐다. 윤 대통령 측은 그간 모든 수사와 탄핵심판 단계마다 법적 불복 절차를 진행했지만 줄줄이 기각됐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발부받은 체포영장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신청을, 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에는 체포영장 이의신청을, 탄핵심판 1차 변론 직전엔 재판관 기피, 2차 변론에서는 변론 기일 연기와 증거채택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나 서부지법 뿐 아니라 중앙지법에서도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이 기각되면서 윤 대통령 측이 내세워온 영장 청구 관할 법원에 대한 문제는 사실상 사그라지게 됐다. 오히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을 중앙지법이 인정해준 셈이 됐다.
윤 대통령 측은 앞으로도 각종 수단을 동원해 수사를 지연시키는 방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간 내세운 법적 방어 논리들이 이미 법원에서 대부분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파하고 여론전을 펼치는 데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장외에서 공수처, 사법부, 선거관리위원회 등 국가기관과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 조짐도 있다. 석 변호사는 이날 오후에도 서울구치소 앞에서 열린 탄핵무효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경찰과 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해 반란 행위 하고 있다” “일종의 쿠데타” “판사들이 뻔한 걸 눈을 감고 있다” 등의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이르면 18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윤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한 구속적부심사를 또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된 이후에도 변호인단은 구속 집행정지나 보석 신청 등을 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로 통지된 공수처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조사에는 전면 불응하고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며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계속해서 진술을 거부하거나 조사에 불응할 경우 향후 구속 심사나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