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가 예상되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시위를 시도하던 윤 대통령 지지자를 경찰이 끌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서울서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인간띠를 만들고 ‘밤샘 시위’를 벌였으나, 17일 오전 소수만 남기고 일시 해산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늦게 다시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정문 앞에서는 전날 오후 2시쯤 20명이 모여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시위를 벌였다. 특정 단체가 주최한 것은 아니었고,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서부지법에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지지자들이 모여서 시위처럼 됐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체포가 부당하다며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으나 서울중앙법원은 전날 오후 11시 넘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한 것이 부당하지 않고, 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도 적법하다고 인정한 셈이다.
그러자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예상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곳으로 모였다. 서부지법 정문과 후문에 200여 명이 모여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 경찰과 대치했다. 공수처 관계자가 서부지법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서부지법을 관할하는 마포경찰서는 여러 차례 해산하라고 안내한 뒤 이날 새벽 시위대를 법원 100m 밖 공덕소공원 방향으로 이동시켰다. 서부지법은 건물 앞 주차장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법원 입구 철문을 안에서 닫으려던 법원 직원을 밀친 50대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막겠다며 서울 마포구 서울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 모였던 지지자 대부분이 밤샘 집회를 끝내고 17일 오전 10시쯤 해산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 담장 앞에 놓여진 화환과 팻말. /정두용 기자
이후에도 30여 명이 남아 시위를 이어갔으나 이날 오전 10시쯤 대부분 해산했다. 5명 정도만 남아 서부지법 인근에서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의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현재도 서부지법 정문과 인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법원은 청사 출입을 제한 중이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법원에서 100m 이내에서 벌어지는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
1인 시위 중인 최훈(55)씨는 “36시간 넘게 자리를 지키다 귀가한 사람도 있었다”며 “체포 자체가 불법인데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는 법원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우모(75)씨는 “우리나라 시위는 신사적이라 아무리 해도 변하는 게 없다. 이제 외국처럼 물리적으로 행동해서라도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청구 기한은 이날 오후 9시5분까지다.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며 서부지법 앞에 모이자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