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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사에 대한 봉쇄·단전·단수 조치를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직접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계엄에 동원할 수 있는 간부 위주 병력을 “약 1000명 미만”이라고 보고하자 윤 대통령이 “그 정도면 되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병력 ‘280명’ 투입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이 3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검찰의 윤 대통령 공소장을 보면,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집무실에 들어온 이상민 전 장관에게 “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여주며 계엄 선포 이후 조치사항을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박안수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통해 포고령을 발령한 직후인 오후 11시34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한 다음, 오후 11시37분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 주라”고 지시했다.

허 청장은 이 전 장관의 지시를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전달했고, 오후 11시40분 이 차장은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해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 달라’고 반복해 요청했다. 오후 11시50분 허 청장은 황 본부장에게 재차 전화해 ‘경찰청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직접 지시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했지만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향후 경찰 수사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은 이 전 장관에게 내란죄를 적용할지 판단할 핵심 범죄사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위원인 장관들이 계엄의 위법·위헌성을 알고서도 후속 조치나 사전 준비를 지시했다면 내란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을,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재외공관을 통한 대외관계 안정화’를 지시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전달했다.

윤 대통령이 투입을 지시한 구체적인 병력 수도 처음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일 김 전 장관을 불러 “지금 만약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수도권에 있는 부대들에서 약 2만~3만명 정도 동원돼야 할 텐데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와 수방사 3000~5000명 정도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간부 위주로 투입하면 인원이 얼마나 되느냐”고 되물었고, 김 전 장관이 “수방사 2개 대대 및 특전사 2개 여단 등 약 1000명 미만”이라고 답하자 “그 정도 병력이라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하면 되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군 병력 규모는 그간 윤 대통령이 직접 투입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군 병력보다 훨씬 큰 규모다.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김 전 장관에게 “증인(김 전 장관)이 약 3000에서 5000명 정도 병력 규모를 건의드렸더니 대통령은 250명 정도만 하고 (라고 했다)”며 “증인이 250명 가지고는 국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경계하기에 너무 부족하다고 얘기했더니 대통령이 30명을 추가해서 280명으로 정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동원된 병력 수와 관련해 ‘280명’이라는 진술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비상계엄에 동원된 무장 군인은 1605명이다.

윤 대통령 공소장을 통해 군과 경찰이 운용한 의혹을 받는 정치인 체포조 관련한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57분부터 4일 오전 0시36분 사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이현일 수사기획계장은 영등포경찰서 형사1과장에게 4차례 전화해 “국군방첩사령부에서 국회에 체포조를 보낼 건데, 인솔하고 같이 움직여야 될 형사들이 필요하다”며 “경찰인 것 티나지 않게 사복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 영등포서 강력팀 소속 경찰관 10명 명단을 받았다. 이 계장은 이를 구인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에게 전달했다. 공소장에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육군뿐 아니라 해군, 공군, 해병대에도 체포조 지원을 요청한 정황이 담겼다.

검찰은 “피고인(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 등에게 순차 지시해 국회를 봉쇄하고 위헌·위법인 포고령에 근거해 국회의원, 정치인 등 주요 인사와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 했다”며 국헌 문란 목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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