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아이들 교육 돕자” 시골의사 제안에
3일 만에 2400여만원 모금
종교·세대·지역 불문, 감동 댓글·후원 이어져
3일 만에 2400여만원 모금
종교·세대·지역 불문, 감동 댓글·후원 이어져
황 원장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농어촌 미자립교회 목회자 가정 자녀들의 교육 지원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설 명절 연휴 기간이던 지난달 28일 유튜브 알고리즘에 반가운 썸네일이 시선을 끌었다. 주인공은 지난해 7월 국민일보를 통해 ‘할머니 상추 고만 주이소, 2.5천 감동 댓글 받은 시골의사’ 기사로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던 ‘시골의사TV’의 황 원장이었다.
그는 경남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작은 의원을 운영하며 어르신들을 진료하는 소소한 일상을 소탈한 어투와 정겨운 영상으로 유튜브 계정에 소개해왔다. 황 원장의 익숙한 첫 인사 “안녕하세요. 시골의삽니다”로 시작하는 이번 영상이 구독자들에게 더 반갑게 느껴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영상 업로드를 멈춘 지 4개월여 만에 최근 다시 영상 올리기 시작했다는 점, 두 번째는 유튜브로 소통해 온 지 1년여 만에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초대 손님과 함께 등장했다는 점이다.
유튜브 계정 ‘시골의사TV’를 운영하는 황 원장(오른쪽)과 박정엽(에클레시아 지원연구소장) 목사가 지난달 28일 공개된 영상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날 황 원장은 10여년 전 의대생 시절 한국누가회(기독 의료인과 의대생 모임)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이어 온 박정엽(에클레시아 지원연구소장) 목사와 함께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소식의 배경은 해당 영상을 올리기 3일 전 영상에서 언급한 자녀 교육 이야기였다. 그는 “박 목사를 통해 시골의 작은 교회 사역 현장 얘기를 듣다보면 목회자 자녀들이 온라인 강의 하나 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나부터 후원할테니 한 번 힘을 모아보자”고 권면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초 200~300만원 정도가 모이면 한 두 교회에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3일 만에 231명으로부터 2400만원 넘는 돈이 모금된 것이다. 박 목사는 “재정은 모으는 것보다 필요한 곳에 투명하게 집행되는 게 정말 중요하다”며 “전화상으로 상황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찾아가 예배도 드리고 목회자 가정과 식사도 나눴던 교회 중 10곳을 선정해 설 명절 기간에 자녀교육비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목사가 페이스북에 상세하게 공개한 지원 내역에는 ‘갑작스런 암선고에도 불구하고 자녀 4명을 양육하며 사역 중인 경남 김해의 목회자’ ‘경남 합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6남매를 키우고 있는 목회자’ ‘경기도 남양주의 작은 마을에서 3남매와 함께 사역 중인 성도 10명의 공동체’ 등 전국 각 지역의 목회자 사연이 정리돼 있었다. 말미에는 에클레시아 지원연구소가 오는 10일 목회자 자녀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인 2박3일 간의 비전트립을 일부 지원하는 것을 포함해 모금액 전액을 전달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지난달 27일 유튜브 동영상 촬영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박정엽(왼쪽) 목사와 황 원장. 박정엽 목사 제공
지원 연락을 받고 울먹이며 구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한 목회자, 자녀가 인대를 다쳐 수술을 받아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서 소식을 듣고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기적이라 생각했다’고 고백한 사연을 전할 땐 두 사람의 표정에 숙연함에 배어나왔다. 박 목사는 “지금도 가슴에 소명을 새긴 채 성도 한두 분 붙들고 교회를 지키는 현장들이 많다”며 “인간적으로 볼 때는 이게 사역인가 싶지만 하나님 보시기에 정말 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감동적인 사연은 댓글로 이어졌다. ‘종교는 무교지만 시골의사 쌤 같은 기독교인 너무 좋다’ ‘천주교인인데 감동 받고 후원한다’ ‘작은 예수님들이시네요’ ‘강원도 시골에서 목회하는 목사다. 새벽기도회 마치고 틀었는데 눈물 찔끔, 가슴이 따뜻해진다. 마음 다잡고 목회에 힘쓰겠다’ 등 종파를 초월한 반응들이 눈길을 끌었다.
박 목사는 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1만원 한 장 나누기 어려운 시대인데 100만원 이상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일본 캐나다 독일 등 해외에서 후원에 동참해 준 분들도 상당수여서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3일 만에 큰 후원금이 모여서 후원계좌는 닫았지만 연구소를 통해 어려운 목회 현장을 돕고자 하는 분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농어촌교회 목회 상담, 목회자 가정 의료 지원, 자녀 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의 손길을 연결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