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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 초비상…한국경제 직격 우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3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사인한 모습. 연합뉴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관세맨’(Tariff Man)의 본색을 드러냈네요.”

무역·통상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핵심 관계자는 2일 캐나다·멕시코·중국 등에 일제히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관세 무기화 정책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우리 정부와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멕시코 등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생산이 차질을 빚는 건 물론, 자칫 전세계 무역 전쟁으로 번질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의 내용과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한 분석에 착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매기면 현지 투자를 한 우리 기업들도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며 “이번 조처가 얼마나 갈지, 그리고 미국의 관세 목표가 다른 국가와 품목까지 확대될지 여부를 긴장감을 갖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멕시코를 대미 수출 우회로로 현지 공장을 대거 확충한 기업들이다. 트럼프 1기 때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 투자를 대폭 늘렸다가 다시 관세 장벽에 가로막히게 생겨서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제조 대기업 위주로 525개(지난해 상반기 투자 실적 기준)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의 가전·텔레비전 공장, 기아 완성차 공장 등을 중심으로 부품업체들까지 현지에 함께 진출해 있다.

기업들은 자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 대형 가전업체 관계자는 “한번 공장을 옮길 경우 생산 라인 구축, 양산 등까지 1년 이상이 걸린다”며 “생산지 이전이 유리한지, 아니면 관세를 맞더라도 기존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게 나은지 주판알을 튕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케레타로) 공장에서 만드는 건조기 생산 물량을 미국 뉴베리 카운티의 세탁기 공장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엘지전자도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세탁기 공장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준중형 승용차 케이(K)4 등의 물량 일부를 캐나다로 돌리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멕시코에 견줘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적지만, 배터리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핵심 광물·소재 공급망 확보를 위한 투자 등이 이뤄진 상태다. 한 예로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으며 북미 지역 공략을 위한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지었다.

문제는 미국의 초강경 관세 정책이 전방위로 확산되며 주요국들이 보복에 나서는 등 전세계 무역 전쟁에 불을 붙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캐나다 등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보복 관세 부과 등 맞대응에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나아가 미국의 관세 공격이 여기서 머무는 게 아니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미 정부는 기존에 맺은 무역협정과 수출 통제 제도, 각국 환율 정책 등을 오는 4월1일까지 종합 검토한 뒤 추가 조처를 한다고 예고한 터다. 이날 발표는 트럼프표 무역 전략의 서곡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톡톡히 봐온 ‘한국산’ 대미 수출품의 운명은 두달여 뒤에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의 최종 조처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보다 강도가 낮아질 수도 있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밀어붙일 경우 미국 소비자부터 등골이 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예로 텔레비전, 메모리 반도체 등은 미국 현지 생산 시설이 사실상 없는 터라 관세 부과 때 수입품 가격도 덩달아 뛰게 된다. 또 첨예하게 엇갈리는 미국 산업 간 이해관계도 미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철강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는 미국의 철강업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철강을 활용하는 자동차·조선·건설업엔 독이 된다.

지난 1월 수출은 전년 대비 10.3% 줄었다.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건 1년4개월 만이다.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기 전에 이미 수출이 불안한 출발을 시작한 셈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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