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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하나의 쇼와 다름없었다. 화려한 제스처와 함께 행정명령 서류들을 펼쳐 보이고,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 카메라 앞에서 커다란 서명을 남기는 그의 모습이 그러했다. 그 서명에는 세계를 향한 엄포와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구호 아래,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며 동맹이든 경쟁자든 미국의 룰을 따라야 한다는 경고를 쏟아냈다.

트럼프는 취임식 직후, 미국 중심 인공지능 굴기에 관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라 명명된 이 계획은 챗지피티 개발사인 오픈에이아이,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50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각지에 인공지능 훈련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여 미국의 인공지능 비즈니스 독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이 계획이 발표된 지 이틀 만에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챗지피티의 성능을 능가하는 딥시크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공개한 것이다. 놀라운 점은 딥시크의 개발비용이 불과 8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이 소식에 인공지능 하드웨어 기업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주가가 17% 폭락하며 840조원이 증발했다. 거대 자본이 독점하던 미국 중심 인공지능 개발의 신화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이 사건은 인공지능 개발이 더 이상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기업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제 우수한 두뇌와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소비다. 현재 전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이미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 수준이 되었다.

딥시크의 출현으로 전력 소비량은 기존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개발이 수월해지면서 전세계 곳곳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고, 이는 엄청난 전력 수요로 이어질 것이다. 이 폭증하는 전력수요를 화석연료로 충당할 경우 탄소 배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 결국 무탄소 전원을 풍부하게 확보하는 것이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두가지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있다. 하나는 심각해져만 가는 기후위기 문제의 해결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 시대로의 빠른 전환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를 넘어서면 세계 경제가 붕괴되고, 3도를 넘으면 인류 문명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인공지능이 기후위기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 사용을 최적화하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관건은 국가가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력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구축하느냐이다. 에너지 전환이 빠르면 빠를수록 인공지능과 에너지 인프라가 서로 시너지를 내며 국가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다.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 혁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둘 다 앞서나가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미래세대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유일한 방법은 이들이 에너지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고의 자부심을 가지고 마음껏 연구하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인재들이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접고 의사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악순환의 고리를 빨리 끊어내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가 미래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최선의 유산이며,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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