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 사망으로 노동권 재조명
MBC, 뒤늦게 진상규명위 결성
“프리랜서 18% 불법 계약 경험
절반이 불이익 배상 받지 못해”
MBC, 뒤늦게 진상규명위 결성
“프리랜서 18% 불법 계약 경험
절반이 불이익 배상 받지 못해”
인스타 캡처
직장인 5명 중 1명은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적 있으며, 이들의 열악한 지위 때문에 노동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MBC 기상캐스터로 활동했던 고 오요안나(사진)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프리랜서 노동자의 처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는 지난해 12월 2~1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7.9%가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2일 밝혔다.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27.4%는 구직 과정에서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한 경험이 있었다고 했는데, 이 가운데 65.3%가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근무했다고 밝힌 데 따른 결과다. 또 프리랜서 계약 등 비근로계약 경험자 중 55.1%만이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 등의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고 응답한 이들 중 ‘노동법 적용을 받지 못해 불이익 피해를 받은 경험’에 대해 물어본 결과 46.9%가 피해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83.3%는 모든 취업자에 대해 근로계약서 작성과 4대 보험 가입 의무화, 사용자 입증책임 부과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는 이번 조사를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진 오씨의 경우에도 프리랜서의 열악한 지위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MBC가 오씨 사망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진상조사를 하지 않는 등 미온적으로 대응한 배경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근로기준법 제76조에 따르면 프리랜서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는 “오씨를 포함한 MBC 기상캐스터는 모두 MBC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프리랜서 신분이었다”며 “방송분에 따라 건당 수수료를 받아 월 급여가 2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오씨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가해자와 MBC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불법 프리랜서 계약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 5월부터 MBC 기상캐스터로 일한 오씨는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유족이 오씨의 휴대전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내용을 발견하며 사건이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MBC 측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건을 조사할 것을 지도했으며, MBC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결성했다. MBC 관계자는 통화에서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은 마무리된 상태”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