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2차 변론기일인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정계선(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이 앉아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절차가 본격적인 변론에 들어간 가운데,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계엄선포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사법절차 진행 자체가 무효화돼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권한쟁의심판과 체포적부심 제기 등으로 사법절차를 반복적으로 지연시키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끊임없이 부각하며 ‘사법부 무시’ 전략을 일관하자 법조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대통령 탄핵재판 2차 변론기일에서는 국회와 윤 대통령 쪽의 양쪽 진술을 듣고 증인을 조율하는 등의 절차가 진행됐다. 이날 대통령 쪽은 계엄선포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이같은 고도의 통치행위는 사법부의 심사 대상이 아니다. 비상사태 여부는 대통령이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고 법원, 헌재는 이를 심사할 정보도 능력도 없다”고 발언했다.
단순히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걸 넘어 사법부의 권위를 부정하는 전략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지속되어왔다. 윤 대통령 쪽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해 발부된 것을 문제삼으며 체포영장 발부 자체를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영장에 포함된 형사소송법 조항에 이의를 제기하며 영장전담판사를 징계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체포된 당일에는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재판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쪽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선 변론준비기일에서 헌재가 국무회의록을 제출하라고 하자 “재판부에서 직권으로 하실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답변서 제출도 탄핵이 가결된 후 3주 가까이 지나서야 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재판부는 “계속 ‘추후에 하겠다’라고 하지만 어느정도 (자료를) 제출하면서 (재판을) 해야 한다. 그래야 심리를 계속할 수 있지 아무 말씀도 안 하시면 (안 된다)”고 대놓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2차 변론기일과 같은 날 진행된,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자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첫 변론준비기일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김 전 장관 쪽 대리인들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은 오로지 대통령에게 주어진 전속적인 권한이다. 일개 검사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대통령의 정치 행위를 사법부가 판단하게 되면 정권 교체에 따라서 그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법원이 재판권이 없는 사안이라며 공소기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략이 향후 재판의 양상에서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 체포 시도까지 거론되며 사법부 내에서도 많이 예민해진 사안”이라며 “장외여론전의 영향이 재판부의 판단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법절차에 지속적으로 비협조적으로 응하는 것은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권한쟁의며 체포적부심이며 모두 사법적 판단을 받으려고 하면서 동시에 사법부의 모든 판단을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발언들을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