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심리 전문가 이수정 교수,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 분석
“반사회적 성격장애…심신미약에 의한 우발사건 아닌 계획범죄”
“반사회적 성격장애…심신미약에 의한 우발사건 아닌 계획범죄”
8세 초등생 김하늘양 살해 혐의를 받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40대·여)가 범행 당일인 지난 10일 무단외출해 흉기를 구매하고 학교로 돌아오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하늘양이 살해당한 시청각실 외부 모습. YTN 보도화면 캡처, 연합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명모씨(40대·여)가 1학년생 김하늘(8)양을 흉기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교정학과 교수는 명씨의 범행이 우울증과는 인과관계가 없으며 반사회적 성격장애에 의한 ‘이상동기 살인’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교수는 13일 YTN 라디오 ‘이익선 최수영 이슈앤피플’ 인터뷰에서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에 대해 “일단 우울증은 이런 종류의 폭력 행위와 사실 전혀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1년에 2만명 이상의 많은 교사들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치료를 받는다”면서 “(살해 교사가) 우울증 치료를 받던 사람이라는 경찰 발표는 ‘우울증이 있는 교사는 전부 교직 부적응자가 아니냐’는 낙인이 찍히는 문제가 있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찰 발표 내용 중 가장 눈여겨본 건 ‘복직 3일 후에 짜증이 났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결국 짜증이 나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이 분은 사실 우울증보다는 성격적으로 문제가 심각하게 있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이 분이 복직한 이후 여러 폭력 행위가 보고됐다. (범행) 5일 전 컴퓨터가 잘 안 된다고 컴퓨터를 파손했고, 어려움을 상담해주겠다는 동료 교사들도 폭행했다”며 “지속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중단시킬 수 없었던 시스템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숨진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학생안전보호실 앞에 한 사람이 서성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이 이른바 ‘묻지마 살인’으로 불리는 이상동기 살인과 비슷한 패턴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상동기 살인 가해자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며 “예를 들면 피해망상을 동반한 조현병이나 극도의 반사회적인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이 본인의 분풀이 또는 오인된 방어 목적으로 가장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상대로 일종의 복수극을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사건 가해자의 특성은 여성이고 어른이고 (학교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다 보니까 그 공간 내에서 가장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범행 대상으로) 선택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같이 죽을 생각으로 아이를 유인했다’는 가해자 진술과 관련해서는 “성격장애 환자들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우울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자해 가능성이 굉장히 많은데 이런 유형과는 동기가 다르다”고 짚었다.
이어 “(가해자가) 다른 교사랑 다툴 때도 ‘왜 나만 불행하냐’고 얘기했다고 하는데, 상당 부분 반사회적 사고와 연관된 코멘트였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언급했다.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 12일 오전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위에 우산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그는 “아주 희귀하지만 우울증이 스펙트럼처럼 망상이나 조현병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사건이) 우울증 때문은 아니다. 피해자의 정신과적 문제를 좀 더 치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더 심한 정신 질환이 동반됐기 때문일 개연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심신미약에 의한 우발적 사건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정신 질환에 기인해 피해망상, 정신착란 상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경우에 우발성이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심신미약에 해당하는 질병이 전혀 아니다. 상당 부분 계획적인 행위를 오히려 더 치밀하고 반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성격장애인 것 같다”고 봤다.
이어 “(범행 당일) 오전에 장학사들이 와서 뭔가 불리한 면담이 이뤄졌고, 보복할 목적으로 점심시간에 무단외출해 도구를 사 와서 결국 오후에 목표한 바를 달성했다”면서 “아주 치밀한 계획 살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시간대도 선택했고, 방음 장치가 돼 있으면서 CCTV는 없는 시청각실을 범행 장소로 정했다”며 “결국에는 아이가 혼자 될 시간까지 기다려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가장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피해자를 물색해 유인했다. 이런 과정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전 서구 한 장례식장에 대전 초등학교 살인사건 피해자인 김하늘(8)양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명씨는 지난 10일 오후 5시50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 후 귀가하는 하늘양을 유인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일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동료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무단외출해 흉기를 구입해 학교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뒤 자해한 명씨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 경찰에 범행을 자백했다. 현재 병원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명씨가 회복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한 뒤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