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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젠더 이슈로 광고 삭제
균형 잡힌 소통과 신중한 접근 필요성 대두

LG생활건강이 젠더(사회적인 성) 이슈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 남혐(남성 혐오) 논란이 있었던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광고를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했다가 빠르게 삭제했는데, 이 행위가 주 고객층인 여성을 무시한 것이란 일부 반발이 나오면서 남녀 소비자 양측에서 불매 운동이 이는 형국입니다. 타사 유사 제품이 품절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14일 오전 9시 현재 LG생활건강의 ‘발을 씻자’ 공식 X(엣 트위터) 계정 팔로우 수는 4만7000명 대로 감소했습니다. 발을 씻자는 발에 뿌려 사용하는 세정제 명칭입니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7만 명을 넘어서며 X에서 가장 성공적인 공식 브랜드 계정 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하락세입니다. X는 10·20세대 여성 사용자가 많은 애플리케이션(앱)입니다.

LG생활건강이 판매 중인 발 세정제 '발을 씻자' 사진. /LG생활건강 제공

SNS상에서 발을 씻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는 것은 LG생활건강이 젠더 이슈에 휩싸인 탓입니다.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광고가 남혐 논란이 일면서 광고를 빠르게 삭제했는데, 이 같은 대응이 차별적이라는 일부 여성 소비자들의 반발이 일었습니다.

논란은 LG생활건강이 과거 남혐 논란이 있었던 인플루언서(진수)와 발을 씻자 광고 협업을 진행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인플루언서는 지난 7일 발을 씻자 광고 게시물을 올렸는데, 일부 남초 커뮤니티(남성 비중이 높은 커뮤니티)에서 그가 과거 “키 160대 남자는 인간적으로 여소(여자 소개) 받지 말자’는 남성 비하 발언을 한 적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 움직임과 항의가 빗발치자, LG생활건강 고객센터는 “당사는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적 혐오, 편견, 차별로 갈등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후 즉각 광고를 삭제하고 지난 12일 “놀란 마음에 해당 계정과 협의한 후 광고를 삭제했다”는 사과문을 공식 SNS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이 여성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발을 씻자의 경우 주 소비층이 여성인데 남초 커뮤니티 의견에는 즉각 반응하고, 여성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키가 작은 남성에 대한 취향을 밝히는 해당 인플루언서의 발언이 기업이 광고를 삭제할 만큼 ‘혐오 표현’인지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네이버 웹툰 ‘이 세계 퐁퐁남’ 논란 당시 여성 소비자들이 LG생활건강에 자사 제품 ‘퐁퐁’이 여성혐오 표현으로 사용되는 것에 조치를 하라고 문의한 것엔 답변하지 않은 과거의 사실 등도 재조명받았습니다.

퐁퐁은 LG생활건강의 대표 식기 세제 브랜드입니다. 최근엔 연애 경험이 있는 여성과 결혼하는 남성이 설거지를 하는 것이라는 여성 혐오적인 뜻으로도 쓰입니다. 이에 LG생활건강 측이 밝힌 ‘혐오, 편견, 차별 갈등 조장 반대’ 입장이 남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냐는 일각의 반응도 나옵니다.

일부 여성 소비자들은 발을 씻자 뿐 아니라 LG생활건강 제품, 자회사 브랜드까지 공유하면서 타사 대체 제품을 소개하는 불매 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발을 씻자와 비슷한 더마비의 풋샴푸 제품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일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젠더 이슈가 예민한 시대인 만큼, 기업이 위기 대응을 할 때 특정 커뮤니티 반응에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생활용품과 뷰티(화장품) 사업이 주력이라 여성 소비자가 더 많은 LG생활건강이 이런 대응을 한 것은 기업 차원의 실책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젠더 갈등이 극단화되고 있는 최근엔 한쪽 의견만 반영하면 반대편 소비층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큽니다. 이에 기업이 단기적인 논란 해소에 급급하기보다는 전체 소비자의 정서를 고려한 대응을 해야 하고,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번 LG생활건강의 대응은 조금 성급했다”며 “주 소비층이 여성인 상황에서 이들의 입장도 반영한 조치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즉각적인 대응에만 급급하기보다는 민감한 젠더 이슈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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