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2일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 대한 생각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의 야권 연합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한수빈 기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이후 최근 정치적 혼란상과 관련해 “수구·보수 진영이 권력 유지·연장을 위해 총집결하고 있다”며 “정권교체를 이루고 지난 정부가 못한 사회 대개혁을 이루려면, 윤석열 이후에 대한 새로운 비전에 기초하여 ‘새로운 다수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대표는 2일 경향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3일 질문지를 전달했고, 이에 조 전 대표는 직접 손으로 쓴 총 6페이지 분량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조 전 대표는 답변서에서 “대선 시기에는 현재의 ‘5+α’ 지지율을 어떻게 정권교체를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혁신당은) 탄핵의 쇄빙선에 이어 정권교체의 쇄빙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수사 및 탄핵심판 대응과 관련해 “수구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폭’이자 ‘법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측이 자신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구속 수사를 언급하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데 대해서는 “윤석열의 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밖에 없는 가장 중대한 범죄”라며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사기관은 딱 김정숙, 김혜경, 정경심 수사하는 정도로만 김건희를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16일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2년간의 수감 생활을 시작했다. ‘3년은 너무 길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혁신당을 창당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다음은 조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정지윤 선임기자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는 사실상 대선 여론조사이다. 수구·보수 진영은 윤석열의 파면·처벌을 예상하면서도, 권력 유지·연장을 위해 총집결하고 있다. 윤석열과 이재명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보수 진영의 반격 프레임이다. 이들은 ‘이재명은 안 된다’를 내걸고 수구·보수 진영을 단결시킴은 물론, 중도층까지 끌어당기고 있다.

정권교체를 이루고 제4기 민주 정부를 수립해 지난 민주 정부가 못한 사회 대개혁을 이루려면, 윤석열 이후에 대한 새로운 비전에 기초해 ‘새로운 다수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이 대표가 발표한 ‘성장우선론’으로 이 다수 연합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자산 불평등, 주거 불평등, 건강 불평등 등이 중도층·중산층을 포함한 현재 대한민국을 사는 주권자 국민의 최고 고통이다. 기업의 투자·고용 의욕을 높이고, 국민에게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한 해결방책이 제시되고, 추진 세력이 연대해야 한다.”

-서부지법 폭력사태 등 극우화 현상 발현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에서도 극우세력이 있었지만 권력의 주변부에 위치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하에서는 중심부로 진입했다. 당장 윤석열 자신이 극우의 주장과 음모론에 심취해있었다. 윤석열은 유명대학을 나오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법률가이지만, 머리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박정희나 전두환의 망령이 자리 잡은 사람이었다. 윤석열 변호인단도 마찬가지다. 내란 주도 세력과 동조 세력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해법의 첫 단추이다. 또 외국에서 극우세력 발호의 원인도 그러하지만,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극우 정치를 강화하는 현상은 전 세계적 아닌가.”

-윤 대통령은 수감 이후에도 사법부 조치에 따르지 않고 있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이후 대통령으로 활동할 때까지 줄곧 법치를 왜곡해왔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강화하고 반대자·경쟁자를 억압·제거하는 도구로만 법을 이용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언제나 초법적인 존재인 양 행세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결정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권력을 오남용하는 행태는 변함이 없다. 윤석열은 수구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폭’이자 ‘법괴’이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 구속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제가 하급심 판결에서 실형을 받았지만 법정 구속되지 않은 것과 윤석열 구속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재명 대표의 하급심 유죄 판결과도 비교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윤석열의 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밖에 없는 가장 중대한 범죄로, 민주공화국의 근본을 폭력으로 무너뜨리려 한 죄다. 저는 제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딸이 600만원 장학금을 받은 것이 왜 저의 청탁금지법 유죄가 되는지, 민정수석이 감찰 종료를 결정하고 사직토록 관계기관에 알리게 한 것이 왜 직권남용죄가 되는지 등. 그렇지만 법원의 최종판단을 승복하고 입감했다. 이것이 법치를 유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무오류의 신성불가침 기관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현행 헌법 체제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그자가 법치 운운하는 것을 접하면 가증스럽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2일 경향신문에 보내온 노트 6페이지 분량의 서면 인터뷰 답변서. 한수빈 기자

-일각에선 김건희 여사 수사가 동정 여론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외에도 ‘명태균 게이트’에서 드러난 김건희의 국정개입·공천개입은 분명한 불법 아닌가. 김건희는 가련하고 연약하고 무고한 여인이 아니다. 지금은 태세 전환한 검찰이 윤석열 일당에 대한 수사를 전개하고 있지만, 12·3 계엄 이전에는 김건희 무혐의 제조기관 노릇을 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켰던 것이다. 수사기관은 딱 김정숙, 김혜경, 정경심 수사하는 정도로만 김건희를 수사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게 정의이고 법치이다. 윤석열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대표적으로 윤석열의 ‘명태균 게이트’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와 기소도 본격화되어야 한다.”

-혁신당 지지율은 부진한 상태다.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조기 대선이 예상되므로 양당으로 결집이 이루어지고, 혁신당의 경우 유력 대선주자가 없으니 그 결과 당 지지율이 빠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길게 보고, 특히 대선 이후까지 전망하면서 혁신당의 비전과 정책을 알리고 가다듬어 나가면 혁신당의 시간이 올 것이다. 지금은 ‘진지’를 만들고 굳히는 시간이다. 대선 시기에는 현재의 ‘5+α’ 지지율을 어떻게 정권교체를 위해 사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탄핵의 쇄빙선에 이어 정권교체의 쇄빙선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 체포 소식에 ‘혁신당은 약속을 지켰다’는 메시지를 냈다.

“저는 ‘3년은 너무 길다’를 외치며 혁신당을 창당했고, 2024년 7월20일 당 대표자 수락 연설에서 윤석열 탄핵을 공표했다. 이후 윤석열 탄핵을 위해 맨 앞에서 싸웠다고 자부한다. 국민의 마음을 읽고 그에 공명(共鳴)하면서 윤석열을 ‘레임덕’을 넘어 ‘레드덕’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기여도를 수치화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윤석열이 파면되는 날 국민께서 혁신당의 분투를 떠올려주시길 소망한다.”

-윤 대통령 체포 과정은 어떻게 지켜봤나.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비난하고 그 집행을 거부하는 윤석열의 행태와 이에 맞서 엄동설한 속 은박담요를 몸에 두르고 싸우는 국민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체포 당일 모습은 TV를 통해 보았는데, 무법자 윤석열·겁쟁이 윤석열의 몰락이 본격화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체포는 시작일 뿐이고, 윤석열 파면과 처벌, 그리고 민주 헌정의 복구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되새겼다.”

-최근 남부교도소로 이감되면서 윤 대통령과의 조우는 불발됐다.

“윤석열은 마침 제가 수용되어 있던 (서울구치소) 사동 1층에 수감됐다. 실외운동하러 나가는 경로에서 마주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 전에 제가 이동하게 되었다. 윤석열과 마주한다면 눈을 똑바로 보고 ‘내란수괴 윤석열,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라!’라고 일갈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윤석열이 온갖 거짓말과 궤변을 늘어놓고 있지만, 파면과 처벌은 시간문제이다. 대통령 윤석열 외, 검찰총장 윤석열의 실체와 악행도 재평가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수감 생활이 정치인 조국에 자양분이 될 것이라 보는가.

“영어 생활 동안 저의 흠결과 한계를 성찰할 것이다. 창당 때부터 최소 10년 정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수감생활은 조국의 정치에 거름이 될 것이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2일 경향신문에 보낸 서면 인터뷰 답변서 마지막 장에는 기독교 윤리학자 라인홀드 니부어의 시가 쓰였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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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