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에서 본격 증인신문이 시작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속도를 내자, 법정 밖 여론전을 통한 ‘헌재 흔들기’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일 일반 시민과 청년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을 위한 국민변호인단’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가 아닌 전국의 일반 시민과 청년이 중심이라고 밝힌 만큼, 지지세력을 결집해 장외여론전에 박차를 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국민 변호인단의 준비모임에서도 윤 대통령 쪽은 계엄으로 인한 군대 동원은 정당하며 유혈 사태가 없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윤 대통령 쪽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정계선·이미선 재판관에 대해 회피 촉구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법 24조 4항에서 ‘동일한 사건에 대해 2명 이상의 재판관을 기피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만큼, 앞서 한 차례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이 기각되자 ‘회피 촉구’라는 방식으로 헌법재판관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헌재가 3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불임명’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 두 사건 선고를 통해 ‘9인 체제’를 회복해 탄핵심판의 절차적 정당성이 완성될 조짐이 보이자, 선제적으로 ‘헌재 깎아내리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 쪽은 재판관 공석으로 헌재가 ‘6인 체제’일 때부터 ‘6인 체제는 중요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는데, 헌재가 물리적 완전체를 갖출 가능성이 커지자 재판관 개개인의 성향을 문제삼기 시작한 것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문 권한대행에 대해 “에스엔에스(SNS)에서 교류관계에 있는 정치인들은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대부분 민주당 인사들”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정 재판관에 대해 배우자가 탄핵 촉구 시국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고 지적하기도 했고, 이 재판관은 친동생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배우자는 이 대표와 재판거래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관 개인에 대한 공격이 격화되자 헌법학계에서는 부당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3 내란 사태 이후 헌법학자들이 조직한 임시단체인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2일 입장문을 내어 “재판관의 개인적 성향을 문제삼는 주장은 결국 정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특정 재판관들의 회피를 강요해 그들을 재판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라며 “정당하게 임명된 재판관들을 부당한 사유로 근거 없이 공격하는 것은 헌법재판의 권위와 독립성을 흔드는 것이자, 우리 사회가 지금껏 쌓아온 민주헌정에 대한 신뢰와 합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사법부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위가, 헌재의 최종 결정 뒤에도 ‘불복 조장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미 간접적으로 헌재 결정에 국민이 승복하겠냐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며 “재판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고 짚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신속한 결정을 위해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부 등 일종의 ‘딴지 걸기’에 흔들리지 말고 단호하게 잘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대 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과거 탄핵 사건 때도 대통령의 경우 3개월 이상 넘기면 안된다는 묵시적 공감이 있었다고 보여진다”며 “여론전이 심한 현 상황에서 재판을 계속 끄는 게 재판부에게도 부담”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