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독지가가 보낸 쌀. 강릉시 포남2동주민센터 제공
남에게 내 것을 베푼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일을 꾸준히 한다는 건 더욱 쉽지 않죠. 그런데 여기, 15년 동안 한결같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대량의 쌀을 기부해 온 이가 있습니다.
17일 강원도 강릉시 포남2동 주민센터에 쌀 10㎏ 150포가 배달됐습니다. ‘설 명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요. 금액으로 환산하면 375만원가량 되는 많은 양입니다.
쌀을 보낸 이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얼굴 없는’ 독지가를 주민센터 직원들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무려 15년째 매년 설과 추석에 쌀 150포씩을 정기적으로 보내오고 있기 때문이죠.
이번 설에도 그의 선행은 어김없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15년간 그가 기부한 쌀은 모두 3400포에 달합니다. 그 쌀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주린 배를 채웠을까요. 밥심으로 고단한 하루를 불끈 살아냈을 테지요.
동장과 주민센터 관계자들은 이 익명의 기부자에게 이름 등 신분을 밝히는 게 어떻겠냐고 여러 차례 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매번 극구 사양했다는군요. 그저 조용히 베풀고 싶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는 예전에 이곳 포남2동에 살았다고 합니다. 이후 형편이 나아지면서 이웃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게 그의 말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살던 옛 동네에 꾸준히 기부해 오고 있는 거였죠.
그와 같은 익명 기부자들의 사연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조건 없는 선한 마음은 언제나 감동을 줍니다. 그 덕에 세상은 좀 더 살 만해지는 거겠죠.
이정순 포남2동장은 “매년 명절마다 잊지 않고 포남2동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 주시는 따스한 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명절이면 외로움이 가중되는 어려운 이웃들이 훈훈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소중히 전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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