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지난 12월 16일 대구광역시에서 만난 강아지 '전현식'이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최민석 기자

“임신한 채로 길가에 버려져 있던 강아지가 보호소에서 새끼 4마리를 낳았습니다. 그중 둘째가 현식이었어요. 얼굴은 까맣고 몸은 하얗더라고요. 입양을 생각 중이었는데 남편이 현식이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습니다. 무조건 현식이라고, 현식이 아니면 안된다고 남편이 우겨서(웃음). 현식이가 남편이랑 좀 닮았거든요. 서로 닮아서 끌리나 봐요.”
-현식이 보호자 최현정(33)씨
현식이의 보호자인 현정씨와 병창씨가 현식이의 귀를 들어올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민석 기자

얼굴은 까맣고 몸은 하얀, 독특한 외모를 가진 이 강아지의 이름은 ‘전현식’입니다. 현식이는 대구에 사는 현정씨의 신혼집에서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죠. 2022년 결혼한 현정씨와 남편 전병창씨는 지난해 2월 현식이를 입양했습니다. 현정씨에게는 본가에서 키우던 ‘영식이’ ‘찹쌀이’를 포함해 세 번째 유기견니다.

보호소에서 형제들과 함께 태어나 입양을 기다리던 현식이가 현정씨의 가족이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개st하우스팀은 현식이의 입양기를 듣기 위해 지난해 12월 16일 대구광역시를 찾았습니다.

“얘 아니면 안 돼” 남편의 선택…우여곡절 입양기

취재진을 탐색하는 현식이의 모습. 최민석 기자

현식이는 유독 큰 귀를 팔랑이며 취재진에게 다가왔습니다. 겁이 많아 낯선 사람을 피한다던 녀석은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으며 카메라를 탐색하다가 잠시 후 보호자 옆에 차분하게 자리를 잡았어요. 그러고는 혀를 빼꼼 내민 채 취재진의 말에 귀를 기울이더군요. 의젓하고 안정감 있는 행동을 보니 듬뿍 사랑받고 자란 티가 확연했습니다.

원래 현정씨가 입양하려던 강아지는 현식이가 아니었다고 해요. 유기견 보호소 ‘보고랜드’에서 입양 게시글을 살펴보던 현정씨는 ‘툼툼이’라는 강아지에게 시선이 갔습니다. 그러다가 옆에 있는 현식이를 보게 됐는데, 남편인 병창씨가 곧장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병창씨는 현식이를 가리키며 “무조건 얘다. 얘 아니면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했어요. 그 때를 설명하며 현정씨는 “가만 보니까 남편이랑 현식이가 닮은 것도 같더라. (남편이) 본인과 닮은 강아지라 끌렸던 것 같다”고 웃었습니다(불쌍한 툼툼이도 좋은 곳으로 입양 갔으니 툼툼이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사실 남편 병창씨에게는 유기견 입양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여러가지 문제를 두고 신중하게 의논을 했다고 해요. 그렇게 오랜 토론 끝에 부부는 입양을 결심했고, 둘이 마음을 먹었으니 이제 현식이를 데려오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입양을 신청하고 간택을 받는 과정이 간단하지만은 않았습니다. 10장이 넘는 빽빽한 질문지에 답하고, 강아지가 지낼 집안 내·외부 및 강아지 산책로 사진부터 결혼사진, 신분증까지 제출해야 했거든요. 부부는 퇴근 후 밤 늦게까지 입양 신청서를 작성하고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병창씨는 “처음에는 너무 까다롭다고 생각했고 아내도 스트레스를 조금 받았다”면서도 “나중에는 생명을 입양할 때는 신중해야 하니까 당연한 과정이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드디어 입양 확정. 전화를 받은 부부는 합격 통지를 받은 수험생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경북 구미로 달려가 현식이를 데려왔다고 합니다.

“까만 얼굴이라 입양 못 갈 줄” 모색에 따른 선호도

보호소 시절의 현식이. 당시 생후 3개월이었으나 발 크기가 커 중대형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현정씨 제공

사실 현식이는 보호소에서도 걱정이 많았던 강아지입니다. 털색과 크기 때문입니다. 얼굴털이 까맣고 발 크기가 커서 중대형견으로 자랄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현식이는 입양 가능성이 높지 않았습니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영미권에서는 모색이 검은 개의 입양을 꺼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검은 개 증후군(black dog syndrom)’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검은 개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세계 검은 강아지의 날(10월 1일)까지 만들어졌을 정도죠.

병창씨가 현식이를 품에 안고 있다. 최민석 기자

게다가 현식이는 얼굴은 까맣고 몸은 새하얀, 특이한 털색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호소에서는 걱정했던 바로 그 조건이 현정씨 부부에게는 굉장한 매력 포인트였다고 해요. 현정씨는 “지금은 얼굴 털이 회색에 가까워졌지만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새까맸다. 근데 그게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현식이 역시 부부를 가족으로 알아본 듯 첫 만남부터 곧장 병창씨 품에 안겼다고 합니다. 대구에 도착해서는 마치 평생을 살던 자기 집에 돌아온 듯이 편안하게 누웠습니다. 그렇게 순조롭게 적응한 현식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어느덧 10.5㎏의 중형견이 됐습니다.


현정씨는 현식이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로 긴 혀와 찰랑이는 단발머리를 꼽았습니다. 그는 “혀가 다른 개들보다 길어서 늘 살짝 나와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며 “까만 얼굴도 얼핏 보면 사람 단발머리 같고 뛸 때마다 찰랑거리는 귀가 사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현정씨 얘기로는 너무 오랫동안 혀를 내밀고 있어서 건강검진까지 받았는데 단순히 혀가 긴 것일 뿐 건강상 문제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현식이는 취재하는 동안 줄곧 혀를 내밀고 있었는데 동전처럼 동그란 혀가 정말 귀엽더군요.

“유기견은 문제 있는 게 아니야”


어린 시절부터 반려견과 함께 자란 현정씨는 입양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었습니다. 특히 유기견에 대한 편견이 없었고 되레 강아지를 사는 게 이상했다고 합니다. 그는 “살아있는 생명을 돈 주고 산다는 게 생소했다”며 “강아지에게 값을 매겨 비싼 강아지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도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병창씨는 현식이를 만난 게 천지개벽처럼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현식이를 만나고 나서 조건 없이 주는 사랑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며 “인간이 주는 사랑과는 다른 결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부부의 말처럼 유기견 입양은 단순히 새로운 반려동물을 얻는 일이 아닙니다. 보호소에서 가족을 기다리던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며 삶을 나누는 경험입니다. 현정씨는 유기견 입양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을 보면 유기견은 이유가 있어서 버려진 거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진짜 아직도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정말 아닙니다. 유기견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사랑을 받지 못했던 동물들일 뿐이에요. 키우는 사람의 노력과 관심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고, 훌륭한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식이를 보면 더 확신하게 돼요.”

현정씨 부부는 현식이를 쓰다듬으며 앞으로도 함께 오랫동안 즐거운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했습니다.

개st하우스에서는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유기동물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개st하우스 출연 견공들의 입양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유기동물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주소로 접속해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linktr.ee/DogToHome

■개st하우스 출연견공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5113 ‘15년간 쌀 3400포’ 익명 기부…이번 설에도 또 [아살세] 랭크뉴스 2025.01.18
35112 내란 특검법 수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여당, 거부권 행사 요청 랭크뉴스 2025.01.18
35111 "하버드 MBA 나와도 공백기 있어요"…고학력자도 못 피한 美 취업난 랭크뉴스 2025.01.18
35110 한파 뒤 손발 가려움…알고보니 동상과 사촌격인 '이것' [건강한 가족] 랭크뉴스 2025.01.18
» »»»»» “까매서 안된다고?” 검은 개 현식이 이야기 [개st하우스] 랭크뉴스 2025.01.18
35108 美전문가 "韓혼란기에 트럼프 2기 출범하지만 동맹 살아남을것" 랭크뉴스 2025.01.18
35107 박지원 “김건희 여사까지 감옥 가면 토리는 내가 입양” 랭크뉴스 2025.01.18
35106 野 발의 ‘내란 특검법’ 국회 본회의 통과…“崔대행, 거부권 행사해야” 랭크뉴스 2025.01.18
35105 北형제국 쿠바에 韓 대사관…극비 수교 결실 랭크뉴스 2025.01.18
35104 ‘주4일’ 근무제 도입했더니 ‘깜놀’…유럽국가들, 효과 놓고 '갑론을박' 랭크뉴스 2025.01.18
35103 쿠바 아바나에 韓 대사관 개관…수교 11개월 만 랭크뉴스 2025.01.18
35102 공수처, 오늘 영장심사서 범죄의 중대성·재범 위험성 부각 랭크뉴스 2025.01.18
35101 '금리인하 반대' 소수의견 美연준위원 "인플레 여전히 문제" 랭크뉴스 2025.01.18
35100 “내 친구 윤석열” 울먹인 권성동…“부하라 생각할 텐데” 랭크뉴스 2025.01.18
35099 권성동 “수정안 독소조항 여전…최상목, 즉각 재의요구권 행사해야” 랭크뉴스 2025.01.18
35098 '외환 수사' 뺀 내란 특검법 수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랭크뉴스 2025.01.18
35097 [사설] 뜻밖의 尹 탄핵 반대 여론 상승... 민주당 성찰해야 랭크뉴스 2025.01.18
35096 가족끼리 함께 썼더니 다같이 병원행…화장실에 있는 '이것' 때문 랭크뉴스 2025.01.18
35095 뉴욕증시, 트럼프 취임 대기·빅테크 강세…강한 반등 출발 랭크뉴스 2025.01.18
35094 [단독] 공수처 “2차 계엄 계획 추가수사 위해 윤석열 구속 필요” 랭크뉴스 2025.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