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시 보수 결집이 유리 판단
일단은 윤 대통령 안고 가는 길 선택
여당 의원 30여명 공수처 항의 방문
일단은 윤 대통령 안고 가는 길 선택
여당 의원 30여명 공수처 항의 방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특검법을 발의해 수사하겠다는 것이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걸 잘 안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뒤 수사를 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수사를 독려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공수처의 수사 적법성 논란을 부각하고, 이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연결하며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겠다는 의도다. 윤 대통령과 당장 거리를 두기보다는 이 대표를 공격하는 게 조기 대선 대비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사법절차들은 KTX급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사법절차의 완행열차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바로 이 대표”라고 비판했다.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와 이 대표 재판 지연을 비교한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사법부가 공정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은 불법적 영장까지 발부해 체포하면서 야당 대표 관련 사건은 차일피일 미뤄서 되겠는가”라며 법원을 겨냥했다.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은 이날 경기도 과천 공수처 사무실을 항의방문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와 윤 대통령 체포를 규탄하고, 오동운 공수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현직 신분으로 체포된 첫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윤 대통령을 안고 가는 모습을 보이는 건 대야 전략의 일환으로도 보인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탄핵 정국에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 격차가 적다는 건 이 대표의 중도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라며 “(만약 조기 대선이 펼쳐질 경우) 중도층은 놔두고 양측 핵심 지지층 간 대결로 가는 게 전략상 보수에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중도층을 민주당에서 떼어놓기 위해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전략도 이어가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공수처가 적법성 논란에도 윤 대통령 수사를 서두르는 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최종심 선고 전 대선을 치르려는 야권의 전략과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 항소심도 법치주의에 따라 반드시 2월 15일이내 선고돼야 한다”며 “법에 명시된 ‘6·3·3원칙’(선거법 1심 선고는 6개월 이내, 2·3심 선고는 각 3개월 이내 마무리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대법원 확정판결도 5월 15일까지 선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조기 대선을 상정했을 때 결국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결별하는 수순을 밟을 거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여당 의원 수도 40여명(지난 3일 1차 체포 시도)에서 30여명(15일 2차 체포)으로 줄고, 여당이 계엄 특검법도 자체 발의하는 건 서서히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며 대선 준비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관저 앞 보수층 집회와 공식적으로 거리를 둬온 것도 중도층을 의식한 행보란 해석이 나온다. 한 영남 재선 의원은 “관저 앞 지지자들이 ‘지도부는 왜 안 나오냐’고 따지기도 했지만 지도부는 다른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