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당대출 정의 모호하다” 항변
단순 심사소홀·관리미흡도 포함하는건 과도
금감원 “내규 위반 가볍게 봐선 안돼”
안일한 인식이 문제 지적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우리·KB국민·NH농협은행 정기검사에서 387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매년 수조원을 이자 장사로 벌어들이는 은행 입장에서 4000억원은 크게 와닿는 액수가 아닐 수 있으나, 적지 않은 돈은 분명합니다. 최근 금감원이 검사 중인 IBK기업은행에서도 새로 발견된 부당대출까지 합산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입니다. “억울하다”고 토로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부당대출과 부실대출, 불법대출이 언뜻 비슷한 듯하나 엄연히 다른 것 아니냐”며 “금감원이 발표한 부당대출은 이 모든 대출이 혼재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부당대출은 배임·횡령·사기 등 금융 사고와 연관된 대출까지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그런데 사전 심사 소홀, 사후 관리 미흡, 부실 발생 대출까지 부당대출로 간주하는 것은 과도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부당대출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항변이긴 합니다. 부당(不當)이란 위법하지는 않지만, 행위가 타당하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법을 어긴 것은 아니나 대출 심사부터 실행까지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시 부당대출이란 카테고리에 다 넣을 수 있기 때문이죠.
금감원은 “최소한 내규 위반은 돼야 부당대출로 분류한다”며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후 관리 미흡과 관련해 “각 은행이 내규에 명시한 ‘자금용도외 유용 사후점검기준’에 따르면 은행원은 여신 취급 3개월 내 자금이 용도대로 사용됐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런데 점검을 하지 않아 이 자금이 용도 외로 유용됐다면, 이것은 부당하게 대출이 나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내규 위반은 심할 시 은행 업무 방해로까지 간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전 심사 소홀 역시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이 위법은 아니라는 이유로 대출 심사 소홀, 관리 미흡 등을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감원 내에선 낮은 여신 검사·감독의 수위가 은행들의 이러한 인식을 키웠다는 말도 나옵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10년 넘게 개별 여신 건은 정기검사가 아닌 이상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 과거엔 무작위 여신 점검, 전수조사 등이 이뤄졌으나, 정치권 등에서 금융 산업 발전 저해를 이유로 ‘시장 친화적 검사’ 등을 요구하며 검사 수위가 낮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건은 은행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됐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검사를 어느 정도 적정하게 해야 하는지 현실적 문제에 화두를 던진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습니다.
단순 심사소홀·관리미흡도 포함하는건 과도
금감원 “내규 위반 가볍게 봐선 안돼”
안일한 인식이 문제 지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우리·KB국민·NH농협은행 정기검사에서 387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매년 수조원을 이자 장사로 벌어들이는 은행 입장에서 4000억원은 크게 와닿는 액수가 아닐 수 있으나, 적지 않은 돈은 분명합니다. 최근 금감원이 검사 중인 IBK기업은행에서도 새로 발견된 부당대출까지 합산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입니다. “억울하다”고 토로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부당대출과 부실대출, 불법대출이 언뜻 비슷한 듯하나 엄연히 다른 것 아니냐”며 “금감원이 발표한 부당대출은 이 모든 대출이 혼재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부당대출은 배임·횡령·사기 등 금융 사고와 연관된 대출까지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그런데 사전 심사 소홀, 사후 관리 미흡, 부실 발생 대출까지 부당대출로 간주하는 것은 과도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부당대출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항변이긴 합니다. 부당(不當)이란 위법하지는 않지만, 행위가 타당하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법을 어긴 것은 아니나 대출 심사부터 실행까지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시 부당대출이란 카테고리에 다 넣을 수 있기 때문이죠.
금감원은 “최소한 내규 위반은 돼야 부당대출로 분류한다”며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후 관리 미흡과 관련해 “각 은행이 내규에 명시한 ‘자금용도외 유용 사후점검기준’에 따르면 은행원은 여신 취급 3개월 내 자금이 용도대로 사용됐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런데 점검을 하지 않아 이 자금이 용도 외로 유용됐다면, 이것은 부당하게 대출이 나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내규 위반은 심할 시 은행 업무 방해로까지 간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전 심사 소홀 역시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이 위법은 아니라는 이유로 대출 심사 소홀, 관리 미흡 등을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감원 내에선 낮은 여신 검사·감독의 수위가 은행들의 이러한 인식을 키웠다는 말도 나옵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10년 넘게 개별 여신 건은 정기검사가 아닌 이상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 과거엔 무작위 여신 점검, 전수조사 등이 이뤄졌으나, 정치권 등에서 금융 산업 발전 저해를 이유로 ‘시장 친화적 검사’ 등을 요구하며 검사 수위가 낮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건은 은행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됐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검사를 어느 정도 적정하게 해야 하는지 현실적 문제에 화두를 던진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