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구준엽과 그의 아내인 대만 유명 배우 쉬시위안(서희원). 쉬시위안 인스타그램 캡처

그룹 클론 출신 가수 구준엽의 아내인 대만 유명 배우 쉬시위안(48·서희원)이 폐렴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구준엽이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이들의 영화 같은 사랑을 응원했던 팬들은 함께 슬퍼하고 있다.

구준엽은 쉬시위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3일 일간스포츠에 “(지금 나는) 괜찮지 않다”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아내의 사망 보도에 대해선 “가짜뉴스가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그의 전화 목소리에서는 깊은 슬픔이 어려 있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구준엽과 쉬시위안의 사연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클론이 한류 인기를 구가하던 1998년 만난 두 사람은 1년가량 교제하다 헤어진 뒤 무려 20여년 만에 재회해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2011년 중국인 사업가와 결혼한 쉬시위안이 2021년 이혼했다는 소식을 접한 구준엽이 용기를 내 전화를 걸었다. 쉬시위안은 구준엽과 헤어졌을 때 썼던 번호를 ‘일부러’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20년 전 연애시절 구준엽과 서희원.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두 사람은 2022년 3월 결혼했다. 구준엽은 그해 6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첫 통화 이후 대화를 하면서 서로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가슴 속에) 묻어뒀던 사랑이 확 올라왔다”고 돌이켰다. 당시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만날 수 없던 상황이어서 영상통화로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결혼반지 대신 서로의 약지에 실반지 모양의 문신을 새겼다.

구준엽은 대만으로 가서 쉬시위안을 재회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만난 날 서로 보자마자 끌어안고 30분간 울었다”면서 “그 순간 ‘역시 이 여자야’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는 시간을 너무 지체했기 때문에 (앞으로) 죽을 때까지 (사랑을) 표현하다가 죽을 거다. 희원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다 줄 것”이라고 했다.

구준엽과 서희원의 문신. tvN '유퀴즈' 방송화면 캡처

구준엽과 서희원의 문신. tvN '유퀴즈' 방송화면 캡처

구준엽은 온몸에 쉬시위안을 향한 사랑을 새겨 넣었다. 오른쪽 팔에 대만의 위도와 경도를 닻 그림과 함께 그렸는데 이는 “희원이 있는 곳이 내 정착지”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 옆에는 쉬시위안의 별자리와 이름을 써넣었다. 커플 문신도 있다. 구준엽은 오른쪽 목에, 쉬시위안은 왼쪽 쇄골에 ‘Remember Together Forever’(기억해 함께 영원히)라는 문구를 새겼다.

구준엽과 서희원. 구준엽 인스타그램 캡처

쉬시위안, 과거 인터뷰서 “죽기 전 떠오르는 얼굴, 구준엽일 것”

쉬시위안도 2022년 9월 보그 타이완 인터뷰에서 구준엽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털어놨다. 그는 구준엽과 결별했을 당시 “괴로웠고 연예계에서 은퇴하고 싶었다. 내가 연예인이라 그와 자유롭게 사귈 수 없었기 때문에 이 일이 너무 싫었다”면서 “죽기 전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오빠일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쉬시위안은 “어릴 때부터 내 인생은 거의 매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사처럼 매일을 살았다”면서 “오빠를 만난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오빠와 결혼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가끔은 꿈을 꾸는 것 같은데 그의 민머리를 만지면 이게 현실이라는 걸 느낀다”며 웃기도 했다.

가수 구준엽과 그의 아내인 대만 유명 배우 쉬시위안(서희원). 유튜브 보그 타이완 캡처

쉬시위안의 사망 소식은 국내외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날 대만중앙통신(CNA)에 따르면 쉬시위안의 여동생인 방송인 쉬시디는 에이전트를 통해 “설을 맞아 우리 가족 일본으로 여행을 왔는데, 나의 가장 소중하고 다정한 언니가 독감으로 인한 폐렴 합병증으로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났다”고 밝혔다.

쉬시위안은 몸이 좋지 않은 상태로 지난달 29일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31일 저녁 증상이 악화해 현지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달 1일 도쿄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인 2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은 일본에서 화장 절차를 마친 뒤 유해를 대만으로 가져올 예정이다.

쉬시위안은 대만판 드라마 ‘꽃보다 남자’ 여주인공을 맡아 명성을 얻은 배우다. 한국에서는 국내 방송 드라마 여주인공 이름을 따서 ‘대만 금잔디’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국민일보

권남영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