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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특파원단과 인터뷰
저금리로 쉽게 돈버는 시대 끝나
주식 투자 수익률 기대치 낮추고
회사채·MBS·대출채권 등 주목
트럼프 2기 ‘꼬리위험’도 현실화수 있어
한국 불안정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투자”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오크트리캐피털 사옥에서 열린 한국 언론 뉴욕특파원단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my Mayes

[서울경제]

“손쉽게 돈 버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1980년 이후 투자한 이들은 2022년까지 오직 금리 하락과 초저금리만 봤기 때문에 이런 환경이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10년은 저금리 시대가 아닐 것입니다.”

월가의 저명한 투자 철학가이자 투자자인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국내 언론 뉴욕특파원단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지난 40년간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은 금리 하락이 가져다준 순풍의 결과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항에서 ‘무빙워크’를 타면 실제 걸음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저금리 환경을 이용해 높은 수익률을 올려왔다는 것이다.

마크스 회장은 “1980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당시 22.4%였던 이자율이 2020년에는 2.4%였다. 40년간 금리가 20%포인트 내렸는데 이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일어난 가장 중요한 금융 분야의 사건”이라며 “이제 이런 환경은 끝났다”고 진단했다.
마크스 회장은 “세계화가 위축되고 미국의 적자가 계속되면서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촉진되는 상황”이라며 “(4%대인) 지금의 미국 기준금리는 역사적으로 볼 때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며 앞으로 10년간은 3~3.5% 이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금리 환경의 변화를 “상전벽해(sea change·시 체인지)”라고 표현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유래된 ‘시 체인지’라는 표현은 영미권에서 일시적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를 일컫는다.

이에 마크스 회장은 투자 전략도 금리 환경의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기업의 수익성이 높고 돈 빌리기 쉬운 저금리 환경에서는 투자자들도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식 투자가 채권보다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지만 이제 주식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마크
스 회장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역사적으로 평균 10%의 수익률을 보였지만 앞으로 10년간은 2~3%, 한 자릿수 초중반대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신용 자산 또는 대출 자산에 주목하라고 했다. 대출 자산은 국채나 회사채 등 채권이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직접 대출 투자,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과 같이 신용 위험이 있는 투자자산을 가리킨다. 주식 등을 직접 보유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형태의 자산인 ‘소유 자산(ownership assets)’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그는 “주식이 채권보다 수익률이 좋다는 믿음은 일종의 편향적이고 관성적인 사고”라며 “현재 상황을 진지하게 살펴본다면 S&P500에 넣은 자금을 신용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결코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하이일드 회사채 평균 수익률은 7.2%에 이른다”고 전했다.

다만 마크스 회장은 현재의 주식시장이 버블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2000년 1월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를 정확히 예측하며 명성을 얻은 바 있다. 마크스 회장은 “버블의 핵심 요소는 심리적 측면이지만 현재 시장에 광기는 없다”며 “나는 주식에서 완전히 빠져나갈 때라고 경고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내재 가치가 없기 때문에 투기적인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마크스 회장은 “비트코인 투자는 미래에 누군가가 더 비싼 가격에 사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투자”라며 “우리는 그런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이들이 생각하거나 실행한 적이 없던 일들을 검토하고 진행하려 하고 있다”며 “예전 같으면 꼬리 위험(가능성이 낮지만 일어나면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었던 일들이 이제 가능해졌다”고 우려했다.
다만 마크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가로서의 자질 때문에 6개월 내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형태로든 협상과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마크스 회장은 “최근에 발생한 여러 사건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결론이 타당하다”면서도 “우리는 오랫동안 한국 주식에 투자해왔고, 앞으로도 투자할 것이고, 계속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실용적인 국가이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강력한 직업윤리에 효율적이고 조직적인 나라”라며 “저가 매수 기회를 찾는 투자자로서 좋은 실적을 거두면서 억눌려 있는 기업을 찾는 차원에서 한국을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스 회장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그의 글은 빠짐없이 읽는다’고 밝힌 적이 있을 정도로 월가의 신뢰받는 투자 철학가다.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오크트리캐피털 사옥에서 열린 한국 언론 뉴욕특파원단과의 공동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Amy Mayes.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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