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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에서 경찰 기동대원들이 경내로 침입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내보내고 있다. 영장심사 종료 후에도 시위를 이어가던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3시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극도로 흥분해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구속된 어제 새벽 극렬 지지자들이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했다. 경찰 저지를 뚫고 법원에 난입한 시위대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유리창을 깨고 집기를 마구잡이로 부쉈다. 법원은 순식간에 무법천지가 됐다.

이날 새벽 3시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서부지법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은 극도로 격분해 법원에 난입했다. 시위대는 경찰에게 뺏은 방패 등으로 청사 유리창과 벽체를 파손했고, 소화기를 사방에 난사했다. 영장 발부 판사 이름을 외치며 “나오라”고 겁박하기도 했다. 법원 청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외신들은 2021년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회로 몰려가 난동을 부렸던 사태까지 소환했다.

이들을 ‘폭도’로 만든 데는 윤 대통령과 여당 책임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계엄 이후 사법시스템을 부정하며 줄곧 지지자 선동 메시지를 쏟아냈다. 체포 위기에 몰리자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고, 체포 뒤에는 “(계엄 선포로) 많은 국민과 청년들이 주권자로서 권리와 책임 의식을 가지게 됐다”는 자필 원고를 공개했다. 어제 구속 직후 변호인단이 입장문 제목에 담은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은 선동의 극치다. 내란 범죄에 애국운동가 장지연이 일제가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 체결에 비분강개해 적은 논설 제목 인용이 가당키나 한가.

당 지지율 반등에 취한 국민의힘도 다를 바 없다. 독재의 상징인 ‘백골단’을 소환(김민전 의원)하고, “법원 담을 넘은 젊은이들은 훈방될 것”(윤상현 의원)이라고 격려까지 한다. 겉으로는 “폭력만은 안 된다”(권성동 원내대표)면서도, 정작 폭동의 책임은 경찰과 법원에 떠넘긴다.

법원 폭동은 법치주의와 사법체계를 전면 부정하는 중대 범죄다. 한번 무너진 법치는 복원이 쉽지 않다. 갈수록 양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지형에서 국정 지도자와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이 절제되지 않으면 폭력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검찰과 경찰도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담자 전원 구속 등 엄정한 수사와 처벌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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