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회로 끊고 수백명 내부 난입
판사 근무하는 5·6층까지 올라가
옥상 대피한 직원 “죽을 뻔했다”
판사 근무하는 5·6층까지 올라가
옥상 대피한 직원 “죽을 뻔했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외벽과 창문이 19일 깨져 있고 바닥에는 파편이 흩어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시위대가 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이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전격 구속되자 흥분한 일부 지지자들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했다. 이들은 기물을 부수고 유리창을 깨며 폭력 사태를 주도했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향해 “죽여버리겠다”며 극언을 쏟아냈고, 이를 저지하던 경찰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
이날 오전 3시쯤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소식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부지법으로 달려갔다. 시위대 수백명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법원 정문과 후문, 인근 담장으로 몰려가 법원 내부로 난입했다. 서부지법 정문과 후문 현판을 떼어내서 짓밟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가 청사 CCTV 회로를 끊고 법원 유리문과 창문을 깨면서 더 많은 시위대가 법원 내부로 몰려들었다. ‘윤석열’을 연호하며 폭도로 돌변한 시위대는 욕설을 내뱉으며 차 부장판사 찾겠다며 수색에 나섰다. 민원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1층 사무실뿐 아니라 판사와 법원 공무원이 근무하는 5층과 6층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 방패와 각목으로 무장한 시위대가 법원 의자나 창문 등 기물을 연이어 파손했다.
차 판사는 구속영장 발부 직후 법원을 빠져나갔으나 남아있던 보안 관리대원 15명과 당직자 2명은 이들을 피해 11층 옥상 등으로 대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한 직원은 “잡혀서 죽을 뻔했다”고 증언했고, 일부는 “위협하는 폭도들을 피해서 달아나는 상황 자체가 너무 참담하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서부지법 주변은 밀려드는 시위대와 이를 제지하는 경찰 기동대가 뒤섞여 큰 혼란을 빚었다. 경찰 기동대가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지만 시위대는 소화기를 뿌리고 육탄전을 벌이며 극렬히 저항했다. 플라스틱 의자와 쓰레기를 던지고, 경찰 방패를 빼앗아 창문을 부수고 이를 이용해 경찰을 공격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은 시위대와 대치를 이어가다 기동대 투입 2시간여 지난 오전 5시30분쯤 법원 후문으로 시위대를 몰아내고 46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도 서부지법 담을 넘으려던 10여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량을 공격한 시위대 등 40명이 체포됐다.
사법부를 향한 초유의 폭력 사태로 시위대와 경찰 양쪽 모두 부상 소식이 잇따랐다. 경찰에 따르면 법원에 난입한 시위대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9명이 다쳤고 이 중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서울 마포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50분부터 10시30분까지 서부지법 인근에서 41명이 부상 신고를 했고, 이 중 1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