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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銀, 2270억 추가 지급 전망
은행권 임금 소송 줄줄이 대기
[법알못 판례 읽기]


IBK기업은행 서울 을지로 본점. 사진=한국경제신문


대법원이 IBK기업은행 전현직 직원 1만1202명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종전 판례를 변경하며 ‘재직자 조건’과 ‘고정성’ 요건을 제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막대한 추가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4년 12월 현대차·한화생명 사건에서 11년 만에 종전 판례를 변경하며 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바 있다. 이번 IBK기업은행 판결로 ‘고정성’ 요건을 배제하는 판례가 확고히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2270억 추가 지급 불가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홍완엽 전 IBK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등이 은행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1월 9일 원고 패소 취지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7년 7개월의 대법원 심리 끝에 나온 판단이다.

파기환송심에서 근로자들이 승소할 경우 IBK기업은행은 소송가액 775억원과 이자를 포함해 2270억원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2023년 기간에 해당하는 1만2000여 명의 2차 소송도 1심에 계류 중이어서 추가 부담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소송은 2014년 6월 시작됐다. IBK기업은행 현직·퇴직 직원 1만1202명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은행이 2011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채 연장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직원들은 매년 1·2·5·7·9·11월 첫 영업일에 지급되는 연 600%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이를 포함해 수당과 퇴직금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정기상여금이 선불임금인지, 재직자 조건이 달린 임금의 고정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직원들은 상여금이 선불임금이므로 고정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은행은 후불임금이며 재직자 조건으로 인해 고정성이 없다고 맞섰다.

1·2심 판단 엇갈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권혁중)는 정기상여금의 법적 성격을 면밀히 검토했다.

재판부는 “매년 1·2·5·7·9·11월 첫 영업일에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선불임금”이라며 “1회 지급액(연 100%)은 2개월 근로의 대가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지급월 첫 영업일에 재직한 근로자가 다음 지급월 전에 퇴직하더라도 그 근로에 대한 정기상여금은 모두 지급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은행의 보수 규정에서 재직자 조건을 부가한 것은 단체협약에 위배돼 무효라고도 봤다(2014가합33869).

2심은 정기상여금의 성격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상환)는 은행의 전체 임금체계를 분석한 뒤 “피고 은행의 임금체계는 모두 후불임금을 전제로 편성됐다”고 밝혔다.

성과상여금도 첫 영업일에 지급되지만 명백한 후불임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의 산정기간도 문제 삼았다. 노조가 주장한 ‘1월분은 1~2월, 2월분은 3~4월의 근로 대가’라는 주장에 대해 “이는 규정에 없는 내용”이라며 “2월분의 경우 1월분 임금 산정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지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고법은 상여금 지급 실태도 상세히 들여다봤다. 중도 퇴직자나 휴직자에 대한 환수 규정이 없고, 신규 입사자는 입사 전 기간의 상여금을 받지 못하며, 지급일 이전 퇴직자는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반면 지급일 재직자는 근무기간과 무관하게 전액 받는다는 점을 분석했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거나 휴직할 경우 상여금을 받을 수 없다면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는 이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며 고정성을 부정했다.

대법, 통상임금 새 기준 제시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본질적 개념부터 새롭게 정립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재판부는 ‘조건부 임금’에 대한 새로운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 “임금에 부가된 조건은 해당 임금의 객관적 성질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근로 대가성이나 정기성, 일률성을 부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될 수는 있지만 단지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직 요건의 법적 성격도 근본적으로 재해석했다. 대법원은 “퇴직은 정년의 도래, 사망, 해고 등과 함께 근로관계를 종료시켜 실근로의 제공을 방해하는 장애 사유일 뿐”이라며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와는 개념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심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필수 요건으로 본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원심은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전제해 이 사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통상임금이 “실근로와 구별되는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는 도구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했던 ‘고정성’ 요건을 11년 만에 수정한 것이다.

[돋보기]

금융권 넘어 산업계 ‘충격파’…“연 6.8조 인건비 폭탄”


파기환송심에서 직원들이 승소할 경우 IBK기업은행은 소송가액 775억원에 이자를 더해 약 2270억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2019~2023년 기간에 대한 1만2000여 명의 2차 소송도 1심에 계류 중이어서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파장은 시중은행으로 확산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노조에서는 이번 판결을 근거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을 요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의 임금체계가 달라 영향을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시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장은 금융권을 넘어 전체 산업계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국내 기업 26.7%가 영향을 받으며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당 체계가 잘 잡혀있고 기본임금이 높은 대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의 경우 2023년 직원 평균 연봉이 1억1265만원에 달해 추가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 노조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조는 1월 13일 통상임금 소급분을 요구하는 소송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2024년 말 대법원이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판결을 근거로 임금 재산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이미 노사 합의를 마쳤다. 1월 3일 퇴직자의 경우 상여금 150%를 통상임금으로 산입해 퇴직금을 정산하고 연월차 수당을 소급 지급하기로 했다. 경영계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탄핵 정국 이후 내수시장은 붕괴 위기에 직면했고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까지 겹쳐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은 기업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안기며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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