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방한해 세월호 유가족 위로
북한 방문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
북한 방문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십자가상(像)의 목장(牧杖)을 들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교황은 한국 교회에 각별한 사랑을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교황 비오 6세는 평신도들이 선교사 없이 자발적으로 창설한 조선교회 소식을 듣고 큰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청 사상 최초로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보였다. 이번에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첫 아시아 지역 방문지로 한국을 찾아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즉위 1년 뒤인 2014년 8월. 역대 교황의 방한으로 세 번째 방문이었다. 같은 해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위한 시복 미사'에는 18만5,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4박 5일 동안 한국에 머문 그는 가장 소외된 아웃을 어루만지며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줬다. 세월호 유가족을 공식 행사에 초청하고 노란 리본을 공식 행사에서 계속 달았다. 서울 명동대성당 미사에는 갈등이 첨예했던 쌍용차 해고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을 초청했다.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을 만나 위로했다. 약자들의 대변자로 불린 교황의 방한 행보로 신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교회가 부흥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언제든 갈 수 있다" 방북 희망했지만
이백만 전 주교황청 대사가 2020년 10월 이임 인사차 바티칸 사도궁을 찾아 교황을 면담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교황은 한국 교회에 대해 변치 않는 사랑을 쏟았다. 재위 12년 동안 강론 때나 주교단이 알현하러 갈 때 "한국 교회에 큰 희망을 걸고 한반도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티칸에서 일반 신자와 만날 때도 "남북한의 모든 한국인들에게 의심과 대립의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복음의 가르침과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 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하길 기도한다"며 한반도에 대한 애정을 잊지 않았다.
교황은 남북한을 동시에 사랑했다. 2018년 교황청을 예방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받고 "공식적으로 초청하면 방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황은 남북·북미 정상회담, 4·27 판문점 선언 등 한반도에 기념될 만한 일이 있을 때마다 평화의 메시지를 보냈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교 역할을 자청했다. 생전 북한 방문을 추진했지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