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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화재, 7명 사상]
방화 용의자 현장 사망·입주민 등 6명 부상
앞서 용의자 윗집과 '층간소음' 쌍방폭행도
층간소음 신고센터, 현장 방문 적어 효과↓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21층 규모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21층 규모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1명의 사망자와 6명의 부상자가 나온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화재는 이곳에 살며 이웃과 층간소음 등으로 갈등을 빚던 60대 옛 주민이 벌인 참극으로 드러났다. 그는 주로 세차 때 사용하는
고압세척건에 기름통을 연결한 뒤 아파트 4층의 두 호실 창문을 깨고 집 안으로 화염을 방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용의자는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자와 동일인으로 확인됐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화 용의자는 이모(61)씨로 지상 21층 규모의 이 아파트 301호에 살다가 지난해 11월 인근으로 이사갔다. 이 동 전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임대주택 형태로 관리하는데, 이씨는 거주 기간 2년을 채우지 못했다. 윗집인 4층 주민들과 극심한 갈등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특히 바로 윗집인
401호 입주민과 '층간소음'을 이유로 종종 언쟁
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엔 쌍방폭행으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으나 사안이 경미해 형사처벌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씨는 앙금이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사 후에도 아파트를 찾아와 주민들을 향해 여러 차례 상스러운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한 주민은 "우리가 아닌 경찰이 (상대)해야 될 사람이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 및 경찰 관계자들이 방화 용의자 이모씨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갈등을 풀지 못한 채 떠났던 이씨는 이사 5개월 만에 끔찍한 방화를 저질렀다. 이날
오전 8시 17분 '펑'하는 폭발소리와 함께 401호와 404호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이씨가 두 호실의
복도 창문을 깨부순 뒤 고압세척건을 기름통에 연결해 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 9시 54분 불길은 모두 잡혔고, 이씨는 404호 앞에서 방화도구와 함께 불에 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있던 이씨가 타고 온 오토바이 뒷자리에도 기름통 2개가 실려있었다. 이에 경찰은 층간소음 에 따른 분노로 계획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이씨는 아파트로 가기 직전 주거지 인근 빌라 앞 쓰레기 더미와 대문 등에도 고압세척건을 사용해 불을 수차례 냈다.
아파트 방화를 목표로 예행 연습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분노를 표출한 것인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다친 입주민 6명 가운데 401호 주민 등 고령층 여성 2명은 전신에 화상을 입고 4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아파트에서 직선거리로 약 1.5㎞ 떨어진 이씨의 현 거주지에선 유서가 나왔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병원비 하라'는 글과 현금 5만 원이 놓여 있었다. 이씨는 80대 노모를 모시고 산 것으로 알려졌다.

봉천동 아파트 방화 용의자 이모씨가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빌라 앞에서 고압세척건을 이용해 불을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층간소음 신고 센터도 무용지물

최근 10년간 층간소음 신고 및 현장진단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아랫집에 살던 이씨가 층간소음의 일방적인 피해자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몇 개월 전 이 아파트엔 1~17층 소음 신고가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됐고, 지난해엔 불이 난 동의 '1호 라인' 전체가 소음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등 크고 작은 실랑이가 계속됐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강력범죄로 발전하는 사건은 잊을 만하면 터지고 있다. 2013년 2월 서울 중랑구 면목동 아파트에선 김모씨(당시 45세)가 윗집으로 올라가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졌다. 2016년과 지난해에도 경기 하남 아파트와 서울 강서구 빌라에서 각각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에 불을 낸 이모씨가 타고 온 오토바이 뒷좌석에 기름통 2개가 실려있다. 김나연 기자


정부가 2012년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신설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웃사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5년 1단계 전화상담(최초 신고) 건수는 1만9,278건에서 지난해 3만3,027건으로 1.5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외부활동을 자제했던 2020~2022년엔 연간 4만 건 이상 치솟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전문가로부터 2단계 방문진단(소음 측정)을 받는 경우는 매년
최초 신고건수의 10%를 밑돌고 있다. 가·피해자 가구가 모두 방문에 동의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갈등을 빚는 세대 다수가 제대로 된 처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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