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과 국경 정책 여파로 세계적인 미국 불매 운동이 확산하면서, 미국 경제에 최대 900억 달러(약 128조)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해외 관광객 감소와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 심화로 올해 미국 경제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반감을 사면서 미국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 결과,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감소로 미국은 소매 분야에서만 약 200억 달러(약 28조 5,00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3월 항공료와 호텔 요금, 렌터카 가격이 하락하며 이미 경기 침체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악의 경우 여행 감소와 보이콧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0.3%, 약 900억 달러(약 128조 5,0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제무역청(ITA)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미국에서 지출한 금액은 2,540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7,700만 명의 여행객이 미국에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외국인 입국자는 전년 대비 약 10% 감소했다.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에 따르면, 캐나다 국민 3분의 2가 미국을 ‘비우호적이거나 적대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61%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반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을 자동차로 여행한 캐나다인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항공편 예약도 큰 폭으로 줄었다. 시장조사 업체 ‘OAG 에이비에이션 월드와이드’에 따르면, 오는 9월까지 캐나다발 미국행 항공권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한 상태다.
미국 여행협회(USTA)는 캐나다발 관광객이 10%만 줄어도 21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의 손실과 호텔 및 관광업계 일자리 14만 개의 일자리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영상 제작자 커티스 앨런(34)은 “오리건주 캠핑 여행을 수년간 해왔지만, 미국의 25% 관세 부과와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올해 미국 여행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넷플릭스 구독도 끊고, 식료품점에서 미국산 제품도 피하고 있다. 이제 제품 원산지확인 때문에 장 보는 시간이 두 배로 걸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북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 국가여행관광청의 지난 3월 서유럽발 미국행 항공 수요가 17% 감소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호텔 체인 아코르도 유럽 관광객의 올여름 미국 호텔 예약 건수가 25% 줄었다고 전했다.
아코르 CEO 세바스티앙 바쟁은 “최근 미국 입국 심사에서 유럽 관광객이 구금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유럽인들이 미국 대신 다른 여행지를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