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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자국 농민들을 향해 “버티라”는 메시지를 냈다. 또 극단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추진하던 와중에 돌연 ‘선한’ 불법 이민자들의 합법적 재입국을 돕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해군사관학교 미식축구팀에 대한 트로피 수여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신이 시작한 관세 정책 때문에 오히려 미국 농민들의 판로가 막히고, 무차별적 이민자 추방으로 노동 시장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는 등 미국이 자승자박 상황에 빠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 농업 주력 대두 수출 ‘제로’로 수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미국의 농부들은 위대하지만 중국과 같은 적(敵)과의 통상이나 무역 전쟁(Trade War)에선 최전선에 놓이게 된다”며 “(과거)나는 ‘그저 버티라(just hold on)’라고 했고, 이후 (중국과) 훌륭한 협상이 타결됐다”고 적었다.
자난 4일 브라질의 최남단 리오그란지두술주 나오미투케의 한 농장에서 대두를 수확하는 모습. 중국은 2018년 미국과의 1차 관세 전쟁 이후 미국에 의존하던 대두의 수입처를 빠르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으로 이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농민의 피해는 미국의 주력 수출품인 대두를 지칭한다. 중국은 관세전 초기 미국이 펜타닐 관세(10%+10%)를 부과하자 즉각 농축산물에 대한 10%의 표적 관세로 맞섰다. 현재 미국의 대중 관세는 145%, 중국의 대미 관세는 125%다. 특히 대두 등 농산물엔 135%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와 관련 CNN은 “중국의 대두 대체 수입국인 브라질은 올해 역대 최대 생산량을 보일 것”이라며 “미국산 대두에 135%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으로 수출되는 미국의 대두 물량은 결국 ‘제로(0)’에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식량안보와 직결된 대두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은 2018년 1차 무역 분쟁 당시 대두를 무기로 한 미국에 굴복한 뒤 수입선을 브라질 등으로 이전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트럼프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브라질로 달려가 양국 관계를 ‘운명 공동체’로 격상하는 등 ‘대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사전 포석을 뒀다.



시진핑 “인수 중단” 한마디에…보잉 존립 위기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흥미롭게 중국은 보잉과의 큰 거래를 어겼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 당국이 지샹(吉祥)항공이 3주 뒤 구매하려던 1억 2000만 달러(약 1700억원) 규모의 보잉 787-9 드림라이너 인수를 중단시킨 조치를 비판한 말이다.
현지시간 15일 워싱턴주 렌튼 공장에서 생산 중인 보잉 737 항공기. 미국 최대 항공기 수출업체인 보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로 중국에 대한 수출이 유예되면서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에 대해 “관세 때문에 수십년간 지속된 보잉의 무관세 공급망이 무너졌다”며 “무역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보잉이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전 세계 항공사들의 가장 큰 시장이다. 리서치업체 번스타인은 중국이 보잉 항공기 도입을 중단할 경우 보잉은 12억 달러(1조 7156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관세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유럽의 에어버스가 반사이익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생산 시설이 없는 보잉과 달리 에어버스는 중국에 2개의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민정책도 ‘U턴’?…“선한 불법이민자 돕겠다”

관세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이민정책도 흔들리는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선한’ 불법 이민자의 합법적 재입국을 돕겠다”며 “그들에게 돈과 비행기 표도 줄 것이고, 다시 미국으로 오기를 원한다면 신속하게 데려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갱단의 일원으로 지목해 엘살바도르의 테러감금센터(CECOT) 교도소로 보낸 베네수엘라 이민자 가족들이 현지시간 15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시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이를 ‘자진 추방 프로그램’이라고 명명하며 “미국의 호텔과 농장들이 필요한 노동자를 구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세워 대규모 추방을 공약했지만, 이날 발언은 지금까지의 기조와 큰 차이를 보인다”며 이를 농업과 서비스업이 이민자들의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경한 이민 정책 때문에 노동 공급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정책 자체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공은 중국에 있다”지만…연일 ‘후퇴’하는 트럼프

그럼에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우리와 협상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공은 중국 코트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이 가진 것과 미국의 소비자를 원하고 있고, 우리의 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굳은 표정으로 백악관에서 열린 미 해군사관학교 미식축구팀에 대한 시상식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에 수출하려면 협상에 응하라는 협박에 가깝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관세 전쟁에 맞대응하자 연일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국채 금리가 폭등하자 상호관세 부과를 돌연 90일 유예했고, 11일엔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애플 등을 고려해 스마트폰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14일엔 자국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자동차 관세를 추가 면제할 뜻도 밝혔다.



희토류도 관세 대응…FT “트럼프가 패할 수도”

이날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 및 파생 제품이 미국의 안보에 영향을 주는지 조사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철강과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25%의 관세를 매긴 것처럼 희토류에도 유사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국립궁전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이 역시 희토류가 미국의 약점임을 자인하는 조치로도 해석된다. 전 세계 희토류의 독점 공급자는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4일 정제 희토류 6종과 희토류 자석의 수출 제한을 명령했다.

희토류가 없으면 반도체 생산은 물론 전투기, 전함, 미사일, 탱크, 레이저 등 미국이 자랑하는 무기 생산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F-35 전투기 한 대에도 900파운드(약 400㎏)의 희토류가 들어가고, 잠수함엔 9200파운드(약 4100㎏)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칼럼에서 “트럼프는 중국과의 ‘관세 포커 게임’에서 훨씬 약한 패를 들고 있다”며 “(중국이) 받아들일 때까지 시간을 지체할수록 미국은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관세 6라운드 그래픽 이미지.

특히 관세가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에 타격을 줄거라는 백악관의 논리에 대해 “수출이 많다는 것은 오히려 영향력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트럼프는 물가 상승과 공급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감수하기보다 관세 면제 품목을 점점 더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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