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작년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 두자릿수 감소
두 회사 모두 현금·현금성 자산은 증가
美 4대 빅테크 작년 AI 인프라 투자 47%↑
향후 국내 AI 시장 해외 기업에 종속될 수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해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두 회사의 곳간에는 현금이 10조원 넘게 쌓였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구글 등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은 작년 AI 인프라 투자 지출을 47%나 늘리며 2284억달러(약 326조원)를 쏟아부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5803억원)와 카카오(5059억원)가 작년 시설투자로 지출한 금액은 총 1조862억원이다.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는 전년 대비 16.17% 감소했고, 카카오의 투자는 전년 대비 29.95%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4대 빅테크의 시설투자 대비 0.3%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국 시티그룹은 4대 빅테크가 자본 지출의 80% 안팎을 데이터센터 설립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등 AI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쓴 것으로 추정했다. 데이터센터는 ‘AI 두뇌’로 불리는 시설로, 규모가 클수록 고성능 I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2023년 말까지만 해도 토종 AI 모델의 성능이 해외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격차가 벌어졌다”면서 “한국어 서비스도 이제는 해외 모델이 더 잘한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사실상 자체 AI 모델로 해외 기업과 경쟁하는 것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네이버·카카오, 투자 여력 있어도 ‘AI 인프라’에는 안해?
네이버의 작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대비 17.42% 불어난 4조1955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역시 이 기간 5조3892억원에서 6조1451억원으로 현금 유동성이 14.03% 높아졌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기업의 투자 여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하지만 매출 대비 시설 투자금 비율을 살펴보면 네이버·카카오가 AI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작년 매출의 5.4%를, 카카오는 6.4%를 데이터센터에 투자했다. 반면 미국 4대 빅테크는 작년 매출의 평균 17.2%를 AI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썼다.
AI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네이버의 매출 대비 AI 투자 비율은 7.2%에 그쳤다. 카카오는 3.6%에 불과하다. 이 기간 메타는 매출의 77%를 AI에 쏟아부었다. 구글은 54.5%, 아마존은 44.2%, MS는 44.1%를 AI에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인 배경으로 자체 AI 모델 개발로는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빅테크 AI 모델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선택의 기로’에 섰을 수도 있다”며 “AI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에서 자체 AI 모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는 구조상 한계가 있다고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美 빅테크, AI 무기로 포털·메신저 시장 위협
윤혜영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AI정책추진단장은 “자본뿐 아니라 AI 논문 수만 봐도 한국 기업은 미국 빅테크와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AI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 투자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네이버와 카카오의 AI는 해외 기업이 규제로 진출하기 힘든 공공·금융 등의 분야에서 쓰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문제는 네이버·카카오가 지금처럼 AI 투자에 인색한 기조가 유지될 경우 미국 빅테크와의 AI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4대 빅테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이들 기업이 예고한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최대 3200억달러(약 456조원)에 달한다.
IT 업계는 향후 국내 AI 시장이 해외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MS의 AI 검색은 네이버·다음의 포털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며 “메타 역시 카카오톡이 점령하고 있는 메신저 영역에 AI 기능을 추가하면서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설투자 비용 축소와 관련해 “데이터센터 ‘각 세종’ 완공 이후 서버 연한 등이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작년 자체 데이터센터 건설 영향으로 2023년까지 기계장치와 비품 등 투자 집행이 컸던 기저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 모두 현금·현금성 자산은 증가
美 4대 빅테크 작년 AI 인프라 투자 47%↑
향후 국내 AI 시장 해외 기업에 종속될 수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해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두 회사의 곳간에는 현금이 10조원 넘게 쌓였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구글 등 미국 4대 빅테크 기업은 작년 AI 인프라 투자 지출을 47%나 늘리며 2284억달러(약 326조원)를 쏟아부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5803억원)와 카카오(5059억원)가 작년 시설투자로 지출한 금액은 총 1조862억원이다.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는 전년 대비 16.17% 감소했고, 카카오의 투자는 전년 대비 29.95%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4대 빅테크의 시설투자 대비 0.3%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국 시티그룹은 4대 빅테크가 자본 지출의 80% 안팎을 데이터센터 설립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등 AI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쓴 것으로 추정했다. 데이터센터는 ‘AI 두뇌’로 불리는 시설로, 규모가 클수록 고성능 I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2023년 말까지만 해도 토종 AI 모델의 성능이 해외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격차가 벌어졌다”면서 “한국어 서비스도 이제는 해외 모델이 더 잘한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사실상 자체 AI 모델로 해외 기업과 경쟁하는 것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래픽=정서희
네이버·카카오, 투자 여력 있어도 ‘AI 인프라’에는 안해?
네이버의 작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대비 17.42% 불어난 4조1955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역시 이 기간 5조3892억원에서 6조1451억원으로 현금 유동성이 14.03% 높아졌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기업의 투자 여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하지만 매출 대비 시설 투자금 비율을 살펴보면 네이버·카카오가 AI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작년 매출의 5.4%를, 카카오는 6.4%를 데이터센터에 투자했다. 반면 미국 4대 빅테크는 작년 매출의 평균 17.2%를 AI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썼다.
AI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네이버의 매출 대비 AI 투자 비율은 7.2%에 그쳤다. 카카오는 3.6%에 불과하다. 이 기간 메타는 매출의 77%를 AI에 쏟아부었다. 구글은 54.5%, 아마존은 44.2%, MS는 44.1%를 AI에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인 배경으로 자체 AI 모델 개발로는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빅테크 AI 모델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선택의 기로’에 섰을 수도 있다”며 “AI 시장이 크지 않은 한국에서 자체 AI 모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는 구조상 한계가 있다고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美 빅테크, AI 무기로 포털·메신저 시장 위협
윤혜영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AI정책추진단장은 “자본뿐 아니라 AI 논문 수만 봐도 한국 기업은 미국 빅테크와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 AI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 투자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네이버와 카카오의 AI는 해외 기업이 규제로 진출하기 힘든 공공·금융 등의 분야에서 쓰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문제는 네이버·카카오가 지금처럼 AI 투자에 인색한 기조가 유지될 경우 미국 빅테크와의 AI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4대 빅테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이들 기업이 예고한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최대 3200억달러(약 456조원)에 달한다.
IT 업계는 향후 국내 AI 시장이 해외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MS의 AI 검색은 네이버·다음의 포털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며 “메타 역시 카카오톡이 점령하고 있는 메신저 영역에 AI 기능을 추가하면서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설투자 비용 축소와 관련해 “데이터센터 ‘각 세종’ 완공 이후 서버 연한 등이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작년 자체 데이터센터 건설 영향으로 2023년까지 기계장치와 비품 등 투자 집행이 컸던 기저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