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강사료 삭감' 결정, 강사들 반발
다자녀 혜택 늘린 공공시설, '재정 악화' 직면
'근로기준법 밖' 계약직 강사가 피해 떠안아
정부·지자체, 수익 감소분 지원 않고 '방치'
다자녀 혜택 늘린 공공시설, '재정 악화' 직면
'근로기준법 밖' 계약직 강사가 피해 떠안아
정부·지자체, 수익 감소분 지원 않고 '방치'
지난 11일 서울의 한 어린이집으로 부모 손을 잡은 아이가 들어가고 있다(기사와는 관계없음). 뉴스1
서울 마포구가 운영하는 마포아트센터가 수강생 할인액을 제외한 수업료로 강사들 급여를 산정하기로 해 논란이다. 사실상 '급여 삭감'이기 때문이다. 다자녀가구 할인 대상이 3자녀에서 2자녀로 확대되며 누적된 재정 악화에 구 출연금까지 깎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다자녀가구 할인 혜택이 늘어난 사이 공공시설은 수익 감소로 강사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게 하루이틀이 아닌데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12일 마포구 등에 따르면 마포아트센터는 지난달 22일 계약직 강사들에게 다자녀·노인·복수 강좌 수강생 등 할인분이 적용된 수업료로 급여를 산정하겠다고 통보했다. 할인 적용 전 수업료 정가의 50~60%를 강사료로 지급하던 방식에서 각종 할인액을 뺀 수업료를 기준으로 주겠다며 급여 책정 기준을 돌연 변경한 것이다.
마포아트센터 인터넷 홈페이지 '질문과 답변'에 강사료 삭감에 반대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홈페이지 캡처
강사들은 복지 혜택에 따른 적자를 노동 약자에게 전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포구는 두 자녀 이상이면 수강료의 50%를 감면하는데, 다른 감면 대상을 포함하면 수강생 대부분이 할인 혜택을 받아 강사 급여도 절반가량 줄어들 수 있는 탓이다. 마포아트센터 측은 "지난해부터 강사료 부족 상태에 직면했다"며 "수입은 급격히 감소한 반면 지출은 그대로라 사정이 매우 어렵다"고 급여 책정 기준을 바꾼 이유를 밝혔다.
3월 급여부터 삭감을 예고했던 센터는 강사와 회원들의 반발에 이달 6일 "체육 강좌는 4월, 문화 강좌는 6월부터 바뀐 급여 책정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공지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자녀 기준 확대에 공공시설 강사 '불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경기 성남시 HD현대 아산홀에서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다자녀가구 할인은 정부가 2021년 다자녀 기준을 '세 자녀 이상'에서 '두 자녀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적용 대상이 증가했다. 정부에 발맞춰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도 2023년 다자녀 기준을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조례를 개정했다.
이에 서울 내 다자녀가구가 29만 가구에서 43만 가구로 늘어나 자치구들이 관리·운영하는 문화·체육시설은 재정에 타격을 입었다. 구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마포구를 포함한 대부분 구는 지난해 두 자녀 이상 가구까지 50% 할인 혜택을 확대했다. 자체 수익과 구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마포아트센터의 경우 할인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메우는 것은 고사하고 출연금마저 전년보다 1,500만 원 깎여 재정 악화가 심화됐다.
수익 감소분, 만만한 '노동 약자' 강사 몫?
저출생 극복 차원에서 다자녀가구 혜택을 늘린 정부와 지자체는 2년 가까이 별도 예산 편성이나 지원 없이 방치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다자녀가구 할인 대상과 할인율을 올리는 식으로 조례를 개정한 자치구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구 산하 공공시설은 조례에 의해 자체적으로 운영할 뿐 시에서 운영비나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현재 우리와 동작구를 제외한 타 자치구는 모두 강사 급여에 할인을 반영하고 있다"며 "정부나 시 정책에 따라 다자녀 할인을 권장하고 공공시설에 적용하고 있지만, 수익 감소분은 따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운영위원(노무사)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공공시설에서 근무하는 강사 상당수가 프리랜서처럼 계약돼 있다 보니 노동 약자일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시민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과는 별도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촘촘히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