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위반 행위는 신고해도 공익신고 해당 안 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지난해 12월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계엄 당시 병력 투입 경위 등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난해 12월10일 곽종근 당시 특수전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꺼내놓은 양심 고백으로 윤 대통령이 국회 기능 마비를 꾀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죄 피의자’이기도 했던 곽 사령관을 공익신고자로 보호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달 3일 구속기소된 곽 전 사령관에게 법적 보호가 적용되긴 어려워 보인다. 공익신고자보호법상 내란 신고는 ‘공익신고’가 아닌 탓이다.
13일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보면, 법은 491개 법률을 위반한 행위를 공익신고 대상으로 규정하는데 여기 ‘형법’은 빠져 있다. 형법 제87조에 규정된 내란죄 또한 공익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로,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 정황을 밝혀 내란 행위 단초를 드러낸 곽 전 사령관도 법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내부고발자 보호와 보상을 규정한 이 법에 따라 공익신고자로 인정되면 변호사 조력 지원, 형사책임 감면 등 법적 보호를 받는다.
‘군형법’은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되기에, 곽 사령관의 신고를 군형법상 반란 신고로 본다면 법적 보호가 가능하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 등은 군형법상 반란이 아닌, 형법상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돼 이 방법도 어려워졌다. 곽 전 사령관이 수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한 점을 들어 법원이 선고할 때 양형상 참작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법률상 보호는 요원한 셈이다. 이는 권력 내부에서 일어나 ‘내부 고발’이 아니면 전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내란 사태와 같은 사건에서 양심적인 내부자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시민사회와 야당은 ‘궁여지책’을 모색하고 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지난 10일부터 곽 전 사령관에 대한 ‘정상참작 탄원’ 운동을 시작했다. “곽 전 사령관이 처벌을 피할 수는 없지만,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성실하게 협조하고 국민에게 눈물로 사죄하고 있어 (법원의) 정상참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지난 12일 기준 4만3천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탄원서 작성에 참여했다. 민주당 역시 공익신고자보호법으로 곽 전 사령관을 보호할 길이 막히자, 그를 ‘당 차원’의 공익제보자 보호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의 협소한 보호 범위에 대해선 그간 법조계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형법상 범죄 전반이 신고 대상에서 빠지며 내란은 물론, 마찬가지로 내부 고발의 중요성이 큰 배임·횡령·탈세 등 주요 기업범죄도 빠져 있는 탓이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배임·횡령·내란·직권남용 등 형법 일부 조항을 공익신고 대상에 추가하려는 여러 법 개정 시도가 있었지만 관계 기관 이견으로 무산된 바 있다.
공익신고자 사건을 대리해온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형법은 가장 기본적인 공익침해 행위를 규정한 법인데, 공익신고 대상에서 배제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그동안은 배임·탈세 등 기업범죄 신고자들이 법적 보호를 못 받는 것이 주로 문제가 됐는데, 내란 범죄를 신고한 사령관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번 기회에 공익신고 대상에 형법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