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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실패로 석유공사·포항시·수협, 피해 조사 중단
시추 후 하루 수억원 조업 손실…“이러다 부도 맞을 판”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작업에 반발한 경북 포항 어민들이 지난해 12월20일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를 어선으로 둘러싸고 해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윤석열 정부의 동해 심해 유전 탐사·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면서 탐사 과정에서 조업 손실을 본 어민 피해 보상도 요원해졌다. 한국석유공사는 어민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용역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석유공사·포항시·지역수협 등이 참여하는 용역조사 실행 논의가 지난달 21일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포항은 국내 홍게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석유공사가 시추작업을 벌인 해역은 수심이 최대 1700m에 달해 홍게가 서식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시추 지점을 기준으로 반경 20~30㎞ 해역에서 잡는 홍게가 전체 어획량의 최대 50%에 달한다는 게 어민들의 주장이다.

포항 지역 어민들은 대왕고래 탐사·시추 과정에서 수십억원 조업 손실을 봤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해왔다. 본격적인 홍게잡이 철인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시추작업을 피해달라고 건의도 해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어민들은 첫 시추작업이 시작된 지난해 12월20일 수억원에 이르는 하루치 조업 손실을 감수하며 해상 시위를 벌였다. 해상 시위에는 홍게잡이 배와 연안통발자망 어선 등 40여척이 나섰다.

논란이 가열되자 석유공사는 홍게잡이 어민들에게 용역조사를 제안했다.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홍게 등 갑각류에 미치는 영향 및 범위를 구체적으로 조사해 피해 규모를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달 초 대왕고래 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오고, 향후 사업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용역조사가 언제 시작될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연구용역의 경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석유공사 측에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받았다”며 “보상 주체인 석유공사 측이 논의에 나서야 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해를 본 어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김진만 구룡포연안홍게선주협회 회장(62)은 “왜 하필 조업 성수기에 막무가내로 시추를 벌였는지 아직도 의문”이라며 “시추 때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반경 20㎞에 이른다는 논문도 있다. 게는 예민한 어종이라 작은 변화에도 서식지를 옮기는데 벌써 어획량이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수협 통계를 보면 시추작업 이후 약 보름 동안(지난해 12월20일~올 1월7일) 홍게 위판 실적은 136t으로 전년 같은 기간(156t)에 비해 20t 줄었다. 김 회장은 “석유 찾는다고 몇년째 어장을 파헤쳐 피해 규모가 큰 상황에서 최대 성어기에 조업 지장까지 받았다”며 “용역조사를 지금 한다고 해도 1년은 걸릴 텐데 그동안 우리 어민들은 부도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지역 홍게잡이 어민들은 석유공사로부터 탐사 용역을 맡은 하도급 업체와도 2021년부터 마찰을 빚고 있다. 이 업체는 어민들이 통발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띄워놓은 ‘부이’를 마음대로 절단해 문제가 됐다. 일부 어민에게 합의금 17억원을 지급하기도 했지만, 일부 어민과는 합의금을 놓고 아직도 소송을 벌이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20여차례에 걸쳐 보상 관련 협의를 진행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용역조사도 어민 등과 협의를 거친 뒤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1월 말에서 2월은 시추가 마무리되는 단계라 바빠서 보상 관련 협의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조만간 협의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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