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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박록삼 | 언론인

조기 대선은 사실상 정해졌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 쪽이야 어떻게든 결정의 시간을 지연시키려 한다. 여기에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극우 세력을 우군으로 삼아 정치 공방을 지속하고자 한다. 하지만 대통령 파면의 결정을 바꾸기는 힘들다. 윤 대통령 스스로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에 군대를 보냈음을 시인했다. 이미 확인된 굵직한 위헌 사실만으로도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은 불가피하다. 헌법재판소는 13일로 예정했던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을 모두 마쳤다. 기일을 추가로 잡는다고 해도 이르면 이달 말 탄핵심판 선고를 내릴 것이고 탄핵 뒤 60일 이내에 대선이 실시된다. 4~5월 대선은 한국 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일부만의 견해나 기대 섞인 전망이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 회복, 인공지능(AI) 산업 비전 등 공약 성격의 여러 정책을 내놓는 것도, 이른바 비명계 정치인들이 이 대표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가하고 이에 대해 친명계 인사들의 감정 섞인 비판이 이는 것도 대선이 임박한 때문이다. 국민의힘 또한 다르지 않다. 이미 몇몇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힘 역시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확인하며 희망 회로를 가동하고 있는 현실이다.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몇몇 인사들은 개인의 유불리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느라 바쁘다. 문제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의 승산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누구를 내세워도 민주당에 우위를 점하는 이는 없다.

그나마 승리의 가능성은 위헌·위법한 내란 행위를 옹호하고 동조하는 이들의 분주한 활동에 배경을 두고 있다. 최근 내란 선동 혐의로 입건된 목사 전광훈씨야 말할 것도 없다. 또 부정선거 의혹 스피커 구실을 하는 공무원시험 강사 전한길씨는 극우 세력의 샛별로 떠올랐다. 이들이 윤 대통령을 포함한 국민의힘 등에 정치적 자양분 공급원 노릇을 하며 대선 정국까지 이끄는 모양새다. 민주공화국의 책임 있는 정부 여당으로서 내란 동조와 옹호의 주장을 내치기는커녕 ‘대통령 탄핵 반대’라는 정치 논리로 이들과 공동전선을 꾸려 헌정 질서 복원의 책임을 거부하고 있다. 대선은 이기고 싶은데 스스로 이길 힘은 없는 탓이다. 하릴없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절대적 우군이자 대선 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극우 세력 곁에 서 있는 국민의힘 처지가 참으로 딱해 보인다.

그렇다고 보수 세력의 뻔히 보이는 몰락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법과 제도를 통해 공동체의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공화주의자, 외세가 아닌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민족주의자 등 건강한 보수가 없으면 극우가 판을 치게 됨은 이미 나라 안팎을 통해 충분히 목도한 바 있다. 헌정 파괴를 바로잡아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어정쩡하게 보수를 참칭하며 극우의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결코 국민의힘에 이로운 일이 아닐뿐더러 사회 발전의 방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보수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의 앞잡이처럼 남아서는 우리 사회의 극심한 대립 갈등은 결코 해소될 수 없다. 건강한 보수 세력의 정립을 위해서라도 국민의힘은 ‘전광훈류’에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차라리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국민의힘은 두 전씨를 입당시켜 정식 대선 후보군으로 삼으면 어떨까. 여론조사 회사들 역시 이들을 후보로 넣어서 여론조사를 돌려봄이 어떨까. 목사인 전씨는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이 1천만명이 넘는다 했으니 흰소리가 아닌 다음에야 경쟁력이 충분하겠다. 강사 전씨는 대선 불출마 등 지레 김칫국 마시듯 말하긴 했지만 경선 흥행 카드 정도로 나쁘지 않다. 대리인처럼 내세운 김문수 장관 정도가 아닌 극우의 본체가 직접 등장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보수의 재정립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책임 있는 보수정당으로서 당 안에서 치열하게 싸워 건강한 보수가 다수임을 입증하고 극우의 꼭두각시가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만약 그 과제 수행에 실패해서 명실상부한 극우 정당으로 거듭난다면 더 이상 서툴게 감출 것 없이 극우 정체성을 명확히 해서 대선 공간에서 국민의 직접 판단을 받으면 된다. 전환기 속 새로운 질서를 갖고자 한다면 어설픈 갈등의 봉합보다는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몹시 우울한 상상이지만, 만약 거기서도 극우 세력이 승리한다면? 어쩌겠나. 그 또한 전환기를 사는 시민이 맞닥뜨릴 숙명이겠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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