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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달러에 지난해 외화보험을 신규로 가입한 건수는 4만770건으로 나타났다. 1년 전(1만2553건)보다 225% 급증했다. [사진제공=셔터스톡]
트럼프발 수퍼달러(달러 강세)에 지난해 1조7000억원 뭉칫돈이 달러보험에 몰렸다. 하지만 해지 환급률은 100% 미만으로 단순히 환차익을 노린 재테크 수단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크다.

3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화보험을 신규로 가입한 건수는 4만770건으로 나타났다. 1년 전(1만2553건)보다 225% 급증했다. 판매액은 같은 기간 7637억원에서 1조6812억원으로 두배 넘게 불어났다.
박경민 기자
외화보험은 보험료 납입은 물론 만기 시점에 받는 보험금도 미국 달러, 중국 위안 등 외국 통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국내에선 80% 이상이 미국 달러로 설계돼 ‘달러보험’으로 일컫기도 한다. 상품 종류는 일반보험과 마찬가지로 종신ㆍ질병보험 같은 보장성 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연금보험) 등 다양하다.

달러보험에 자금이 몰린 건 강달러에 환차익 기대가 커지면서다. 지난해 초 1달러당 1300.4원이었던 원화가치는 연말 1472원대까지 13% 이상 급락했다(환율은 상승).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우려가 불씨가 됐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란 예고에 달러 몸값은 치솟았다. 국내에선 계엄ㆍ탄핵사태로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으로 원화가치가 1500원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환차익 뿐 아니라 10년 계약을 유지할 경우 이자 수익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경민 기자

달러가치 고공행진에도 환테크 성적표는 저조하다. 외화보험을 해지할 경우 환급률(차규근 의원실 자료)은 지난해 4분기 말 기준으로 평균 88.9%다. 보험상품 특성상 보험 사고 발생 시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중도 해지할 경우 납입한 원금조차 100%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지난해 보장성 보험의 환급률만 좁혀보면 평균 68%에 불과하다. 저축 기능에 초점을 맞춘 연금보험(저축성 보험)도 안심하긴 이르다. 2022년 1분기 122.8%였던 환급률이 지난해 4분기 100.4%로 하락했다.

상당수 전문가가 달러보험을 환테크(환율+재테크) 목적으로 투자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문제는 소비자가 직접 보험 계약 기간을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된다.환율 하락(달러 약세ㆍ원화값 강세)할 때는 환 손실로 돌려받는 보험금이 줄고, 환율이 뛸 때는 매달 내는 보험료 부담이 증가한다.

금감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이 1100원일 때 매달 750달러를 내고, 사망보험금 30만 달러를 받는 외화 종신보험(20년 납입)에 가입했을 때 첫 회 보험료는 원화로 환산하면 82만5000원이다. 중도에 원화값이 1300원으로 하락(환율 상승)하면 매월 보험료는 97만5000원으로 뛴다. 보험금 수령 시점엔 반대로 원화값이 900원으로 오르면, 보험금 수령액은 2억7000만원이 된다. 가입 당시 기대했던 보험금(3억3000만원)보다 6000만원이나 쪼그라든 셈이다.

금융교육 컨설팅업체인 웰스에듀의 조재영 부사장은 “달러보험도 결국 보험으로 소비자가 환전시기를 정하지 못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이 크다”며 “환테크가 목적이라면 외화보험보다 달러예금이나 달러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낫다”고 조언했다. 차규근 의원도 “요즘 소비자의 외화상품 계약이 급증해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이 우려된다”며 “금융당국은 현장에서 불완전판매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화보험 판매가 늘어나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감독 조치를 미준수하는 판매 행위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면 감독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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