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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U에도 관세 부과 방침 발표
한국도 사정권…"이르면 이달 발표 예상"
내수 부양 등 추경 필요한데 정치 발목
최상목 대행의 어정쩡한 입장도 문제
3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이 일촉즉발 상황까지 다가왔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정치 리스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지을 리더십도 없는데, 한시가 급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도 여야가 각각 주판알을 튕기면서 하세월이다. 전문가들은 관세전쟁으로 외환위기급 충격까지 예상하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구체적 관세 수준이나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확실히'(definitely)라는 표현을 써 가며 관세 부과 의지를 내비쳤다. 멕시코·캐나다·EU 역시 미국과 동맹·우호국이지만 최대 교역국이자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는 국가들이다. 지난해 미국의 여덟 번째 무역적자국에 해당하는 한국 역시 안전하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278억 달러에 달했고, 557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2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한 주류 판매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부과한 25% 관세에 대한 대응 조치로 미국 상위 5개 주류 브랜드가 판매 중단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르면 이달 안, 늦어도 다음 달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 정책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1차로는 멕시코에 있는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고, 2차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무력화해 반도체 등 주요 수출 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관세폭탄이 현실화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치명적이다. 지난달 무역 적자는 18억9,000만 달러로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는 설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등 일시적 요인이라고 설명하지만, 달리 보는 시각도 분명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저성장 국면에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대미 수출이 줄면 무역 적자는 불가피하다"며 "만약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전환하면 외환위기급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역수지는 한 나라 상품의 수출입 총합을 의미하지만, 경상수지는 무역수지에 서비스, 투자 소득 등을 포함해 다른 나라와 거래한 수입·지출의 총합을 나타낸다. 경상수지 적자란 해외에서 들어오는 돈보다 해외로 나간 것이 더 많다는 뜻이다.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전 연간 경상수지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간담회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문제는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탄핵정국으로 흐른 지 2개월이 지났으나, 리더십 부재만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인물은 물론, 가교조차 극히 일부의 기업인 외에 없는 실정이다. 수출 둔화, 내수 침체 속에 관세폭탄까지 예고됐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안갯속인 셈이다.

그나마 '내수라도 살려야 한다'는 지적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 필요성을 인정하며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큰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앞둔 여야의 이해관계가 엉켜있기도 하지만, 최 대행이 추경과 주 52시간 예외를 허용하는 반도체특별법을 연계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안 교수는 "추경은 최대한 신속하게 이달 임시국회에서 논의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반도체법 통과를 조건으로 추경을 논의하는 방식은 옳지 않고 각 사안별로 필요한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우리 경제와 기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수출기업 오찬간담회를 열고 "미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 소통해 우리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멕시코·캐나다 정부 및 현지 진출 기업과도 지속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수출기업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60조 원의 수출금융을 공급하고 해외전시회·무역사절단 등 수출 지원 사업에 전년 대비 40% 증가한 2조9,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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