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Z세대 니트(NEET)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학 학위가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졸업생들의 니트족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니트족이란 교육을 받지 않으면서 구직이나 직업 훈련도 하지 않는 무직자를 뜻한다.
미국 포천지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대학 교육을 받은 Z세대가 니트 계층에 갇혀 있다”고 보도했다. Z세대 졸업생들은 학위가 더 이상 취업을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노동시장 진입 전부터 경력 단절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젊은층의 약 20%가 니트족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는 젊은 성인의 약 11.2%가 니트족이며, 영국에서는 약 300만 명의 Z세대가 경제 비활동인구로 분류되고 있다.
영국에 거주하는 조시 B(27세)는 틱톡에서 “지역 사업체를 위한 무료 영상을 만들며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다”며 “풀타임 근무자보다 더 열심히 일했지만, 긍정적인 면은 하나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영상은 글로벌 Z세대의 공감을 얻으며 약 5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조시는 “경영학 석사 학위만 취득하면 바로 취업할 수 있고, 공공주택 생활에서도 벗어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취업은 불가능하고, 면접 기회조차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차라리 석사 과정을 밟는 동안 창고에서 일했다면 승진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4세 맥스 온켄튼도 영국 인디펜던트에 “대학 졸업 후 6개월 간 하루에 20개씩 지원서를 냈지만, 단 한 곳에서도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 학위는 취직을 위한 것이었지만, 많은 광고와 다르게 실패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후 지원 횟수를 줄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 졸업 후에도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 결국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Z세대 니트족이 늘고 있다.
실제로 영국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10년 전에는 졸업생의 94%가 1년 내 취업하거나 추가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2024년에는 졸업 후 15개월이 지나도 정규직으로 취업한 비율은 59%에 불과했다.
블룸버그는 Z세대 남성의 니트족 비율이 여성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5세 미만 대학 졸업자 남성 5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였으며, 여성보다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채용업체 벤틀리 루이스의 CEO 루이스 말레는 이를 “이상적인 직업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은 직업 목표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아도 취업 기회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남성들은 원하는 수준의 급여와 지위를 제공하는 직업을 찾느라 실업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말레는 또한 기술·금융업계처럼 남성 비율이 높은 산업이 팬데믹 이후 대량 해고와 채용 축소를 겪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높은 급여를 제공하는 전공을 선택한 남성들이 많았던 만큼, 기대했던 수준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 상태에 머무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의 202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급여가 가장 높은 20개 전공의 학사 학위 취득자 중 80%가 남성이었다.
HR 컨설턴트 코너 휴즈는 “Z세대 남성들은 선배 세대가 누렸던 높은 연봉과 직업적 안정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대에 부합한 기회가 부족해지자, 실업 상태를 감수하면서도 꿈의 직장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니트족 증가세가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2만 명으로 지난 1년 새 8만 6,000명(25.4%) 증가했다. 여기서 ‘쉬었음’이란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고, 별다른 사유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경기가 악화와 함께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노동시장과 구직자의 기대 수준 사이 부조화가 심화하면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구직을 단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