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IPO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던 ‘백종원’ 브랜드가 암초를 만났다. 설 연휴를 전후해 불거진 ‘빽햄’ 가격·품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서다.
3일 외식업계 등에 따르면 백 대표가 이끄는 외식기업 더본코리아 주가는 연일 최저가를 경신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날 더본코리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30% 하락한 2만98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가 2만원대까지 밀린 건 지난해 11월6일 상장 후 처음이다. 상장 첫날엔 공모가인 3만4000원보다 90% 오른 6만4500원을 찍기도 했다.
충남 ‘예산시장’ 성공으로 지역경제 살리기의 키워드로 통하던 백 대표는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인기 등에 힘입어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승승장구해왔다.
‘백종원’ 브랜드에 드리운 먹구름은 ‘빽햄’ 논란에서 비롯됐다. 백 대표는 최대 성수기인 설 연휴를 앞두고 빽햄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선물세트로 내놨다고 홍보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빽햄 9개 세트를 정가 5만1900원에서 45% 할인한 2만8500원에 판다고 했지만, 캔햄 시장 점유율 1위인 스팸 9개 세트의 당시 온라인몰 최저가는 2만1000원대에 불과했다. 돼지고기 함량도 도마에 올랐다.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은 85.4%로 스팸(91.3%)보다 낮았지만 가격은 더 비쌌기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에 가뜩이나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빽햄이야말로 최고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정가를 의도적으로 높게 책정한 뒤 큰 폭의 할인을 적용한 상술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백 대표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지난달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품 판매에 상술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높아 원가 차이가 많이 난다”면서,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이 스팸보다 낮은 것은 “200g 기준 고기 함량 차이는 14g 정도인데 고기 원가로 따지면 100원이 안되는 만큼 100원 아끼자고 고기 함량을 줄이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백 대표의 유튜브 해명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됐다. 해당 영상은 66만건 이상 조회됐고 1만3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할인율이 높은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게 문제”, “제품의 경쟁력이 없다고 자인한 꼴”, “그냥 가격 책정이 잘못됐다 사과했으면 넘어갈 텐데 기어코 아니라고만 한다” 등 대부분이 백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백 대표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도 많다. 백 대표는 지금까지 여러차례 방송에서 자영업자들에게 “맛은 기본이고 가격이 비싸면 안 된다”, “사장님이 고충이 있다고 비싸게 받으면 고객이 다 이해하고 지갑 여는 줄 아느냐”고 했지만 정작 ‘내로남불’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백 대표가 돌발 악재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전국 지역축제 싹쓸이 논란’과 ‘연돈 볼카츠(허위·과장 광고) 논쟁’ 등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소비자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어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미 가격을 올려놓고 마치 세일하는 것처럼 파는 유통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면서 “소상공인 살리기에 앞장서온 백 대표인 만큼 (빽햄 가격 논란 관련)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튜브 해명이 아닌 사과문을 게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백 대표의) 유튜브를 통해 (논란에 대한) 소명을 했다”면서 “추가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백종원 유튜브 채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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