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 1심 선고가 나온 지 1년 만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이날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의 선고공판에서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을 비롯해 삼성 임직원 14명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합병 이사회 이후 합병 주주총회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이 합병 성사를 위해 수립한 계획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의 통상적이고 적법한 대응방안”이라며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고 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는 거짓회계라 보기 어렵다”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보고서도 조작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이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회장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의 증거능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에피스 서버 등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탐색·선별 등의 절차의 존재 및 실질적인 참여권 보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항소심 과정에서 새롭게 제출한 증거들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며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지난해 8월 서울 행정법원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사실상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며 검찰은 이 같은 법원 판단을 반영해 공소장을 변경하기도 했다. 검찰은 1심 무죄 판결 이후 이 회장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2000건이 넘는 새로운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으나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게 1심과 같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이날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말 긴 시간이 지났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이 회장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