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해 3월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사태’로 탄핵심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 쪽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비상계엄 이후 통화기록을 통신사로부터 받아달라고 헌재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계엄 당시 주요인사 체포 의혹을 처음 공개한 홍 전 차장의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윤 대통령 쪽의 시도로 보인다.
한겨레의 3일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달 24일 홍 전 차장의 통화기록에 대한 사실조회를 헌재에 신청했다. 헌재는 이같은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31일 에스케이텔레콤에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신청 내용은 홍 전 차장의 지난해 12월3일부터 1월 중순까지의 통화기록이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의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를 처음으로 증언한 인물이다. 홍 전 차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등에서 여러차례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53분께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에서 들은 체포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정청래 의원이 포함됐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방송인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등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홍 전 차장이 윤 대통령의 주요 인사 체포 지시를 처음 폭로한 만큼, 윤 대통령 쪽에선 홍 전 차장의 진술 신빙성을 탄핵할 근거를 찾기 위해 통화기록 사실조회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체포조에 포함된 인물이나 야당 정치인 등과의 통화기록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홍 전 차장의 진술이 오염됐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쪽은 앞서도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사령관들의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 등 증언 역시 야당에 의해 오염됐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홍 전 차장의 통화기록이 주요 인사 체포 시도의 실체를 부인하는 근거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의 존재는 홍 전 차장뿐 아니라 조치호 경찰청장 등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가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오는 4일 오후 5시30분부터 홍 전 차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홍 전 차장은 탄핵 청구인인 국회 쪽에서 신청한 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