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국내외 편향성 우려 의식한 듯
한·미·일, 대일외교 중요성 강조
보수 주메뉴 안보이슈 먼저 띄우고
경제도 ‘분배→성장’ 외연확장 노려
한·미·일, 대일외교 중요성 강조
보수 주메뉴 안보이슈 먼저 띄우고
경제도 ‘분배→성장’ 외연확장 노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실용주의를 내세워 외교와 안보, 경제 분야 등에서 우클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 접견 자리에서 발언하는 장면.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실용주의를 기치로 외교·안보·경제 ‘우향우’를 가속화하고 있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이재명이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내보여 국내외의 편향성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도층 민심까지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기조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외교다. 최근 들어 한·미·일 협력과 대일 외교의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한·일 관계가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며 “이런 틀 안에서 양국 관계를 개선하고 불필요한 긴장도 해소하려는 차원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공개된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도 “민주당의 주된 가치는 실용주의”라며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이다.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할 때 일본과의 관계를 더욱 심화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을 지속하는 데 이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양국(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아 일본의 국방력 강화는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까지 내놨다. 앞서 이 대표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해방 이전으로 돌리는 패착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일본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여러 차례 보여왔는데, 완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집권을 목표로 한다면 한·일, 한·미·일 관계를 부정할 수 없고, 동맹국들을 향해 확실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을 원래 주인인 해병대 공관으로 복원하자”며 “해병대를 독립하고 ‘준4군 체제’로 개편하는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튼튼한 국방과 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전통적 보수층이 중시하는 안보 관련 사안을 선제적으로 띄운 것이다.
이 대표는 경제 분야에서도 ‘분배’ 중심에서 ‘회복과 성장’으로 노선 전환 방침을 밝힌 상태다. 그는 3일 반도체 특별법 관련 정책토론회의 좌장을 맡아 산업계와 노동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반도체 특별법은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예외조항’을 두고 노사 간 입장이 극명히 갈리는 법안이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조치를 과감하고 전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산업계의 손을 들어줄 경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화폐 과세 유예 결정에 이은 세 번째 ‘경제 우클릭’이 된다.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 충격도 이 대표가 주목하는 사안이다. 그는 과학기술 변화에 긴밀하게 대처할 전문가 조직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념 대신 당면한 이슈에 빠르게 집중하는 모습으로 민주당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