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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매기면, 미국인 세금 줄어”
1월3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디시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이 아니라 부자 나라에 세금을 부과하자. 막대한 적자를 끝내고 (미국인)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그들이 내는 비용으로 미국 경제가 성장하도록 하자.”

1987년 트럼프는 자기 돈 9만여달러를 들여 뉴욕타임스 등 3개 언론에 이런 내용의 의견광고를 냈다. 3년 뒤 언론 인터뷰에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면) 강인하게 나갈 것이다. 수입하는 모든 벤츠 차량과 일본 제품에 관세를 매길 것이다. 나는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 동맹국도, 러시아도 신뢰하지 않는다.”

관세는 트럼프의 오랜 소신이다. 미국이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던 시절 이런 트럼프는 주류가 되기 힘들었다. 제조업 붕괴와 이에 따른 중산층 몰락의 원인으로 자유무역을 지목하는 미국 내 여론이 커지자 트럼프에게 기회가 왔다. 그에게 관세는 미국을 ‘악용’하는 외국 정부를 혼내면서 돈도 벌고, 동시에 국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열쇠다.

멕시코·캐나다·중국에 추가 관세를 확정한 1일(현지시각) 조처로 미국 경제도 큰 피해를 본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특히 원유 가격을 자극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가 크다. 캐나다·멕시코는 미국의 주요 중유 공급국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캐나다산 원유에 대해서만 관세율을 10%로 낮추기도 했다. 멕시코·캐나다와 거대한 분업 체계를 구축해 효율을 극대화한 미국 자동차업계도 대표 피해 업종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단기적인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그는 확신하고 있다.

현대 경제학 이론에 도전하는 그의 지론은 ‘미국을 이용하는 부자 나라들에 관세를 물리고, 그 돈으로 미국 내 세금을 줄이면 투자가 몰려와 일자리가 늘어난다’로 요약된다. 실제 미국은 1800년대까지 소득세가 없었다. 관세가 국가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그때는 했는데, 지금은 왜 못 하냐’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향후 10년간 4조6천억달러에 이르는 감세 정책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의회예산국(CBO) 자료를 보면, 멕시코·캐나다에서 연간 9천억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입하는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연간 2250억달러(10년간 2조3천억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참모인 피터 나바로는 시엔비시(CNBC)와 한 인터뷰에서 “관세 수익만으로도 감세 재원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소득세 중심의 세금 체계를 관세 중심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관세로 정치·사회 문제를 해결한 경험도 관세의 무기화 행보를 강화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콜롬비아 국적 불법 이민자를 태운 미 군용기의 착륙을 콜롬비아 당국이 승인하지 않자 고율 관세 부과 등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고, 9시간 만에 콜롬비아의 완전한 굴복을 끌어냈다.

제조업 붕괴로 인한 노동계층 몰락, 양극화 등의 미국 내 주요 문제가 현재의 ‘자유무역’에서 기반했다고 보는 인식도 관세 부과를 정당화한다. 중국 등이 정부 지원을 받아 값싼 제품을 수출하면서 자유무역을 공정하지 않게 오염시켰다고 보는 인식도 강하다.

트럼프 행정부 무역정책의 교본으로 불리는 전 무역대표부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책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을 보면, “중국과 같은 국가들은 보조금, 환율 조작, 기술 탈취, 비관세 장벽을 활용해 미국 기업에 불공정한 경쟁을 강요한다” “자유무역을 절대적인 원칙으로 고수하는 것은 미국 노동자와 제조업을 보호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등의 주장이 가득하다. 트럼프의 소신과 일치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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