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단체 회원들이 2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한 경찰을 비난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일으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 조사에서 ‘가짜 보수 유튜버’의 선동에 속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검찰이 불법행위자에 대해 전원 구속수사 방침을 밝히는 등 엄정 대응에 나서자 처벌을 피하려고 ‘진영 논리’를 내세우는 모습이다. 이번 폭력 사태를 선동했다는 의혹을 받는 극우 유튜버들은 교사죄 등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체포된 일부 지지자들의 법률 지원을 맡은 A변호사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9일 새벽 좌파 유튜버가 보수 유튜버로 둔갑해 ‘들어가자’ ‘경찰을 밀자’며 지지자들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잘못 속아 일부 지지자들이 법원 내부로 진입하면서 사태가 발생했다”며 “변호인단도 그날 현장에 있었는데, 평화적인 집회를 이어나가던 중 갑자기 해당 유튜버의 발언으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언급한 좌파 유튜버는 ‘어쩔아재’ 채널 운영자로 현재 윤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가짜 보수 유튜버로 지목된 상태다. 지난 19일 폭력 사태 현장 영상을 업로드해 극우 유튜버의 대표 격으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는데, 실상은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해왔다는 게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이 유튜버는 단지 언론에 잘못 소개됐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체포된 지지자들의 변호인단은 해당 보도 등을 근거로 폭력 사태 선동 주체가 사실은 좌파 유튜버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A변호사는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하는 4명에 대해 선임계를 제출해 접견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포된 이들은 “사람들이 뒤에서 밀어 얼떨결에 법원 내부로 들어가기만 했을 뿐 폭력사태는 저지르지 않았다”며 “다른 지지자들도 사람들이 빨리 담을 넘어가라고 재촉해 담을 넘었을 뿐”이라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A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인 석동현 변호사의 요청으로 지지자들의 변호를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당시 현장 목격자들과 생중계된 영상들을 보면 유튜버들이 “이건 혁명이다” “지금부터 전쟁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자 지지자들이 일제히 법원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많은 인원이 조사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외부 세력의 선동에 당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부지법에 난입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46명 중 3명이 유튜버로 파악됐다. 구독자 82만명의 보수 유튜브 채널 ‘젊은시각’ 운영자 송모(32)씨는 현장을 중계하던 중 경찰에 체포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또 ‘락TV’ 운영자도 시위대를 따라 건물 내부에 들어갔다가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이들에게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법원 침입을 독려한 유튜버들에 대해 교사죄나 방조죄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폭력을 부추기는 구체적인 발언이 있고 직접적인 영향이 확인되면 교사 혐의가, 정신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행위에는 방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며 “일률적인 판단은 어렵고 유튜버 개개인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윤예솔 기자([email protected])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