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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불복해 현직 판사 상대 테러부터
신상 공개·근조화환 문구로 원색 비난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지지자들이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파손한 건물 외벽과 유리창 등의 모습. 박시몬 기자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흥분한 극렬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해 난동을 부리면서 사법부가 충격에 휩싸였다. 판결에 불복해 개별 판사를 상대로 한 테러는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다수가 법원을 향해 물리적 공격을 가한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1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이날 오전 2시 50분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극렬 지지자 일부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했다. '폭도'들이 휩쓸고 간 자리엔 깨진 유리창과 파손된 집기 등이 흩어져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찰과 시민, 취재진도 다수 폭행을 당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주변을 경찰 차벽이 둘러싸고 있다. 박시몬 기자


사법부를 향한 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로 판결에 불복한 재판 당사자들이 판사 개인을 상대로 테러를 시도했다. 2007년 1월 15일 '판사 석궁테러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교수 재임용에 탈락한 성균관대 조교수 김명호씨가 복직 소송 중 항소심 재판장이던 박홍우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발사해 부상을 입힌 사건이다. 김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장이 공격 대상이 된 적도 있다. 2010년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 관용차에 계란을 던졌다. 광우병 보도를 한 MBC 'PD수첩' 관계자에게 무죄가 선고된 데 대한 항의 목적이었다. 2018년 11월에는 대법원에서 1인 시위를 하던 70대 농민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화염병을 투척했다. 그는 강원 홍천군에서 돼지를 사육하다 친환경인증 재심사 탈락 뒤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모두 패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2023년 10월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유창훈 부장판사를 규탄하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뉴스1


정치적 사건이 사법부로 몰리면서 '판사 좌표찍기'를 통한 특정 진영 지지자들의 공격도 도를 넘고 있다. 좌표찍기란 특정 판사 신상을 공개해 비방을 유도하는 것으로, 법리적 관점이 아니라 진영 유불리에 따라 판결에 불복하고 그 불만을 판사 공격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사법부의 첫 판단으로 여겨지는 영장심사 판사가 주요 타깃이 됐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에 대해 진보 진영에선 "적폐 판사" "'판레기'(판사+쓰레기)" 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2023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법원 앞에는 보수단체가 보낸 근조화환 수백 개가 줄지어 놓였다. 화환에는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유창훈 부장판사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문구가 적혔고, 유 부장판사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내걸렸다.

윤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판단 이후에도 좌표찍기는 계속됐다. 체포적부심 청구를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판사를 향한 살해 협박 글이 온라인에 게시됐고, 시위대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급기야 사법부에 대한 공격은 법원 난입·폭동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로 이어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이라면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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