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세계경제 무대를 누비는 사람들은 협상 테이블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까지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끝까지 싸우는 그런 전투적이고, 악랄하고, 극악무도한,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투사’들이다. 미국에 필요한 사람은 이런 사람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트럼프가 미국 47대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전 세계는 그를 경계합니다.
그가 벌일 관세 전쟁은 지극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취임 전 느닷없이 덴마크 땅인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했습니다. 2019년 그가 그린란드를 얘기했을 때는 그냥 해보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또 하는 걸 보니 진심인 듯합니다.
평화롭게 운영되고 있는 파나마운하도 미국이 가져야겠다고 했습니다. 덴마크와 파나마 국민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싶습니다. 하긴 지난 임기 때 갑자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북한에 보내고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날 때 우리도 이게 뭔 일인가 싶었습니다.
돌아온 트럼프는 더 강해졌습니다. 사상적으로 무장한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등 기업인들이 그를 뒷받침하고 충성스러운 협상 전문가들을 내각에 포진시켰습니다. 우방이란 단어는 그의 사전에 없습니다.
한국에는 무엇을 요구할까? 당연히 방위비를 대폭 올려달라고 할 것입니다.
트럼프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큰 거래가 성사되도록 만드는 유능한 협상가일 뿐이다.” 그는 곧 협상하자고 달려들 것입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렛대를 사용하라. 남이 갖고 있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야 이긴다.” 아마 한국이 방위비 인상을 거부하면 그는 주한미군이라는 지렛대를 사용할 것입니다.
‘주한미군 철수’라는 레토릭을 앞세워 방위비를 기어이 더 받아갈 것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카드도 들고 나올 수 있습니다. 그는 “한 가지 거래에만 몰두하지 않고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최소한 대여섯 가지 방법을 동원해 일을 추진한다”고 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과 직접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다음 한국을 윽박지를 것입니다. 트럼프는 “이런 협상의 우위를 기반으로 이 거래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방위비 그 정도 내면서 미국으로부터 보호받고 미국에 물건을 팔 수 있다면 한국에도 이익이다”라고 압박하면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그의 야욕이 개입하면 한반도 평화는 트럼프에게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됩니다. “나는 크게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뭔가 기념비적인 건물, 큰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는 건물을 짓고 싶었다.” 방위비를 더 받는 것은 물론 한반도 긴장완화를 통해 그가 노벨평화상을 노릴 것이란 관측은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입니다.
이 밖에 관세 인상,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 대한 혜택 축소, 한국 기업들의 미국 공장 추가 건설 등도 곧 닥칠 미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준비가 안 돼 있습니다. 트럼프가 돌아왔는데 한국은 혼돈 상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로 작년 12월 3일 시작된 혼돈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다음 페이지도 그다음 페이지도 혼돈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트럼프를 만나러 갔어야 할 시간에 계엄령을 준비했고, 그 결과 트럼프가 취임했는데 한국에는 대통령 권한대행만 있습니다.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입니다. 우방국의 혼란을 틈타 치고 들어오지 않도록 미국의 상식과 자비를 기대하는 게 전부일 것 같습니다.
이 혼란의 와중에도 주가와 환율이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현명한 투자자들과 정부 당국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투자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작년 4분기 자산가들의 투자 노트를 들여다봤습니다. 국내 자산가들은 트럼프 수혜주인 비트코인과 테슬라를 계좌에 채워 넣었습니다.
서학개미들이 해외에 투자해 놓은 덕분에 한국의 외화 자산 대비 부채가 적어 외환위기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한국과 미국 부자들의 노트를 보고 혼란 속의 재태크 전략을 세워 보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