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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돼 첫날 조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네스 모슬러(강미노) |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 정치학과 교수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공모자들은 여러 혐의 중 절반만 법정에서 입증되어도 사형이나 무기징역 선고를 피할 방법이 많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법적 근거 없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에 진입했으며, 국회의 계엄해제권을 폭력으로 저지하려 했던데다, 이런 위헌적 행위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을 유린하는 모습이 전세계에 생중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전쟁 선포와 다름없는 이 고의적 계엄 급발진에도, 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란 피의자를 두둔하거나 위헌적 계엄, 즉 내란 행위를 옹호하는 모습은 경악스럽기 짝이 없다. 여당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막기 위해 두번이나 안간힘을 썼을 뿐만 아니라, 친위쿠데타 당일 밤에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무산시키려는 듯 소극적 행동을 보인 것을 보면, 12·3 계엄이 위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런 반민주적 도발도 모자라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조차 아예 보이콧해서 헌재 탄핵심판 자체를 사보타주하려는 모양새가 그 충격을 더했다. 이런 공격에도 헌정 질서를 회복하려는 자유민주주의의 방어 절차가 묵묵히 진행되자 이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44명이 아스팔트에 나와 대통령 관저 앞에서 극우 음모론 세력에 합류해 합법적 영장 집행을 온몸으로 막으려 했다.

역사는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는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독재자가 비극을 일으켰다. 전자는 국민의 저항에 의해 강제 망명했고, 후자는 자신의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살해당했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은 중범죄 확정에 따라 사형이나 오랜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결국 모두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김영삼 대통령이 사면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사면 결정에 동의한 것이었다. 김대중 후보가 1997년 대선 선거운동 막바지에 순전히 선거 전술적 이유와 사회 통합이라는 명목으로 전두환·노태우 두 내란 범죄자의 무조건 사면을 공개적으로 찬성했던 것은 역사의 오류라 평가할 수 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의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박근혜를 사면하는 용납하기 어려운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이명박은 윤 대통령이 사면했다. 사면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이명박 정부 때 인사들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박근혜 정부 때 인사들까지 포함됐다.

역사적으로 원래 절대군주에게만 있었던 사면권을 현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통령이 행사하는 것은 자칫하면 법치주의를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행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범죄인 확정판결의 형을 취소하는 사면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위 경우 모두가 사면이 정당화될 만한 특별한 조건이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범죄 수사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면 사면이나 형량 감경이 고려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에 반대했던 이들 중 일부가 국회의원에 재선되었고, 오히려 이번 내란 사태 때 계엄령 해제, 탄핵, 헌법재판관 임명 등에 모두 반대했다. 즉, 반동·극우들은 그들의 어두운 과거에서 잘못된 교훈을 얻은 셈이다. 과연 희극적 비극이다.

대한민국은 기로에 서 있다. 이제는 민주주의의 적들이 분명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들을 악마화할 필요도 없지만, 그들이 보인 행패의 청산과 함께 재앙적 대통령도 사라져야 한다. 조건 없는 특별사면을 향후 삼가야만 하는 이유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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