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이 17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언성을 높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가인권위원회가 내야 한다는 안건 작성을 주도한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은 17일 국회가 그를 ‘내란 선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하자 “국민을 겁박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인권위에 대한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회의에는 안창호 인권위원장,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 등이 출석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상임위원이 주도한 ‘(긴급)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 안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안건에는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와 수사기관에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할 것’ ‘윤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할 것’ 등의 권고 내용이 담겼다. ‘계엄 선포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며,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결심한 이상 국방부 장관 등이 그러한 대통령의 결심을 뒷받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는 내용도 포함돼 “비상계엄 사태를 옹호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회의에서 “안건이 사실상 내란 선전 선동”이라고 하자 김 위원은 “민주당이 나를 내란 선전죄로 고발했다. 이는 국민을 거짓말로 속이고 국빈을 겁박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에 의원들의 항의하는 와중에도 김 위원은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정 의원은 “뇌가 썩었다(Brain rot)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는 그런 수준”이라며 “가장 반인권적 인물이 인권위에 있다. 사퇴하라”고 말했다.
박찬대 국회 운영위원장(민주당 원내대표)이 김 위원에게 “마이크가 없는 뒷자리로 가서 앉으라”고 말했으나 김 위원은 “그렇게 못하겠다. 끌어내라” “국민을 거짓말로 속이고 겁박하는 것은 전부 민주당이 하고 있다”고 거부했다. 이에 마이크로부터 ‘격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요구에 의해 마이크를 뺏긴 채 앉아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관을 역임한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포고령에 ‘인권 침해 요소가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포고령 1호에 있는 정당의 활동 금지, 집회 시위 금지 등에 인권 침해 요소가 있냐”는 질문에 안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강 의원이 “헌법재판소에서는 파면 여부를 따질 것이고, 인권 침해가 있냐”고 물어도 안 위원장은 “판단은 헌법재판소에서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안 위원장은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난달 3일 어떤 조치를 했냐는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사실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날 굉장히 피곤해서 다시 잠들었다”고도 말했다. 김 의원이 “TV를 틀면 시민들이 국회 앞에 몰려들어서 계엄군에게 인권 유린을 당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잤다는 말이냐”고 묻자 안 위원장은 “굉장히 피곤했다. 다음 날 아침 9시에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추후 안 위원장은 “이충상 위원과 통화해 상의도 했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보고 내 법 상식으로는 당연히 해제되리라 판단해 잠들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