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반대하자 격노만” 진술 확보
국무회의 심의 성립 안됐다면 위법
국무회의 심의 성립 안됐다면 위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소집하면서 일부 국무위원에게 ‘가족에게도 알리지 말고 오라’며 보안유지를 당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국무위원은 당시 참석자들이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하자 윤 대통령이 계속 화만 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최근 복수의 국무위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면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려 의견을 표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당시 최 권한대행은 “경제와 국가신인도에 치명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계엄은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을 만류했다. 조 장관은 “70년간 대한민국이 쌓은 성취를 무너뜨린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한 국무위원은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냈는데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화만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진술은 윤 대통령 측 입장과 배치된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 측은 최근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설득 없이 강압적으로 의견을 관철하려 했다면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심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에 따른 국무회의 심의는 안건을 상정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의결이라는 절차가 갖춰져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볼 때 법률적으로 계엄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당시 윤 대통령이 조 장관을 대통령실로 부르며 “부인에게도 말하지 말고 오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무위원들에게는 소집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신속히 들어오라고만 했지만 일부 국무위원에게는 특별히 가족에게도 알리지 말라며 보안 유지를 당부했다는 것이다.
수사 당국은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소집해 국무회의 심의가 아닌 사실상 국회 무력화 등을 위한 지시 하달에 더 집중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는 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보조금 등 자금 차단, 예비비 확보,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이 적힌 문건을 전달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이 지켜졌는지도 수사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