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탄핵 정국과 관련해 일본의 극우 언론인 산케이신문이 “한국 대통령은 ‘제왕적’”이라며 “독선에 빠지기 쉽다”고 언급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체포가 이뤄진 지난 15일 사쿠라이 노리오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이 빠지는 독선의 연쇄’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한국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으로도 불린다. 막강한 권력이 집중될 뿐 아니라 재선이 없고 미국 대통령처럼 중간심판(중간선거)을 받지 않아 독선에 빠지기 쉬운 점이 지적돼왔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꾸준히 실적을 쌓은 정치인보다 제왕 같은 파격적인 지도력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의 ‘정치 풍토’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유권자들은 이번에야말로 대통령에게 ‘제왕’을 투영시키는 정치 풍토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손보지 않는 한 불행은 되풀이될 것임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결국 12·3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독선’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집중된 탓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쿠라이 지국장은 “야당이 주도권을 쥔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괴물’이라고 비난했던 계엄 선포 때의 대통령 담화는 일부 지지자들에게 환영을 받아도 일반 국민의 이해를 얻기 어려웠고 독선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보여온 ‘불통’ 행보도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제왕’으로 변하지 않기 위해 궁궐 같은 청와대에서 옛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 응해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의사소통을 어필했다”며 “하지만 일부 기자와 불화로 출근길 문답은 약 반년 만에 중단됐고 국회에서 다수 야당에 막혀 정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가 각종 의혹으로 격렬한 비난을 받는 와중에 야당을 북한의 종속세력으로 간주하는 과격한 주장의 인터넷 방송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주변과 소통이 부족한 ‘불통’으로 불렸지만 (윤 대통령은) 그 이상의 불통 양상을 띠게 됐다”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인 산케이신문이 탄핵 위기에 처한 윤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비상계엄 나흘 후인 지난해 12월 7일에도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 주재 객원 논설위원은 ‘한국 계엄령은 최악의 시기에 나온 최악의 비책’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보도와 사뭇 배치된다. 당시 이 신문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찬성 여론이 ‘종북 세력’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사와 논평을 통해 “좌파세력이 이기면 대남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탄핵은) 호시탐탐 박근혜 정권의 실패를 엿보던 야당으로서는 정권 탈취의 마지막 기회였다” “그(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 적화통일 우려” 등 극우성향의 논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