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신의 책임자
양당 정책연구소 연간활동실적 분석
공직자 선출 시스템 개선 연구는 '0건'
총선 승리 전략·정치 공세 대비 과제만
당대표 관심사 좇느라 장기 과제 소홀
"정책연구소 독립성·자율성 강화 필요"
양당 정책연구소 연간활동실적 분석
공직자 선출 시스템 개선 연구는 '0건'
총선 승리 전략·정치 공세 대비 과제만
당대표 관심사 좇느라 장기 과제 소홀
"정책연구소 독립성·자율성 강화 필요"
편집자주
의심은 가는데 확신은 할 수 없다. 수상한 여론조사 얘기다. 민심의 바로미터라던 여론조사는 불법계엄 사태 이후 미심쩍은 결과물로 신뢰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과연 여론조사는 조작이 가능한 것일까. 한국일보는 지난 두 달 여론조사 시장의 실태를 파헤치며 정치권과 조사기관의 불법 편법 공생 관계를 확인해봤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가 6월 3일로 확정된 지금,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를 다시금 경계하고 조사 이면을 냉철하게 들여다볼 때다.정당이 과학적이지 않은 여론조사를 통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대체하면서도 조사 품질 관리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울 국회의사당 본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당 내 여론조사의 폐해를 줄이려면 ①선출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고 ②내부 감시기구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
하다. 하지만 이런 고민의 해답을 찾아야 할 양당의 정책연구소와 지도부는 '선거 승리 전략'에 매몰된 채, 여론조사 경선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과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이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2024년 연간활동실적' 자료를 보면,
양당 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수행한 연구과제 143건
가운데 여론조사 공천 등 '공직자 선출 시스템' 개선에 대한 연구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양당이 여론조사 경선을 적극 도입한 지 10년 넘게 흘렀고, △여론조사기관이나 브로커에 의한 조작 가능성 △지지정당을 속이는 응답자들의 역선택 △오차범위 무시한 승복 강요 등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신 이들은 '선거 승리 전략'에만 관심을 보였다. 여의도연구원은 연구과제 59건 중 12건이 총선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격전지 민심 공략 브리프' '국민의힘 호감도 및 이미지 분석' '2030 청년 표심을 위한 생활밀착형 5대 공정 공약' 등이다.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 경제무능 프레임 팩트체크',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팩트체크 및 반박 포인트' '민주당 저출산 공약의 비판 포인트 및 시사점' 등 야당 공세에 대비하려는 연구과제도 눈에 띄었다.
민주연구원도 다르지 않다. 연구과제 84건 중 13건이 총선 관련 내용이었다. '총선 판세 전략보고서' '총선 대비 선거여론조사 신뢰도 확인 조사 보고서' '총선 대응 서울 여론조사 보고서' 등이다. 이외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양특검 거부권 행사 평가'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무력화 시도에 대한 반론' '반도체 특별법 근로시간 예외조항 폐지' 등 정당이 대립한 쟁점이나 정책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
"당대표 마음대로 원장 임명… 독립성 없어"
정당의 정책연구소는 '정당법'에 따라 설립된 기관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당의 이념과 정책을 마련하고 공천 시스템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정당 지원 국고보조금 중 30%를 떼어주는 이유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여론조사 공천 문제 개선은 정당 차원의 과제로 인식하고
연구원이 장기간 고민해 대안을 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정치권에서는 당대표가 정책연구소 원장을 임명하고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구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당이 필요로 하는 승리 전략 마련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소속 전 의원은 "원장은 파리 목숨"이라고 했다. 민주연구원 관계자도 "당대표가 바뀔 때마다 자기 계파 사람을 연구원에 꽂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3년 사이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인사들 임기는 유의동 4개월, 홍영림 8개월, 김성원 3개월, 박수영 6개월에 불과했다.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인사들 임기도 정태호 16개월, 노웅래 17개월, 홍익표 10개월 등이었다.
쪼그라드는 정책연구소… 독립성·자율성 강화해야
양당 정책연구소 박사급 연구인력 추이. 그래픽=김대훈 기자
정책연구소의 정책 개발 역량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연구 인력은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 2024년 여의도연구원의 박사급 연구원은 5명으로 2014년 19명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민주연구원의 2024년 박사급 연구원은 16명으로 2014년(11명)에 비해 다소 늘었으나, 2019년(29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책연구소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야
통계의 기본을 지키는 여론조사가 생산될 수 있고, 여론조사를 절대적 데이터가 아닌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눈을 키울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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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1화 검은 커넥션
- • "600만원이면 돌풍 후보로" 선거 여론조사 뒤 '검은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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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만원이면 돌풍 후보로" 선거 여론조사 뒤 '검은 커넥션'
- ② 2화 '꾼'들이 있다
- • 태양광 비리 쫓던 檢, '여론조사 조작' 꼬리를 찾았다...무더기로 발견된 휴대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719090000568) - • '꾼'에게도 급이 있다...누가 당원 명부 최신판을 쥐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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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광 비리 쫓던 檢, '여론조사 조작' 꼬리를 찾았다...무더기로 발견된 휴대폰
- ③ 3화 불신의 책임자
- • 여론조사 공천 OECD 중 한국이 유일한데…'어디 맡기고' '어떻게 조사하고' 죄다 깜깜이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1112250000457) - • "돈 주고 후보 선출 떠넘긴 꼴" "사실상 주사위 던지기"...불만 쌓이는 여론조사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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