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1> 인명진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한민국 보수에 경고등이 켜졌다. 위기를 넘어, 분열과 변질·궤멸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유의 난맥상을 초래한 원인과 본연 가치에 충실한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는 길을 정치 원로와 정치 평론가 등 4인의 심층 인터뷰로 점검한다.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호텔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1년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미리 경고했던 인물이 국민의힘 주변에도 있었다. 인명진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6년 12월 새누리당 비대위 수장으로 나서, 붕괴 직전의 당을 수습했던 그는 지난해 5월 국민의힘 워크숍에서 김건희 리스크의 확산을 우려하며, 또다른 탄핵 사태를 우려했다. 유신반대 투쟁으로 4번이나 구속됐고 1987년 6월 항쟁에서는 민주화 진영의 핵심으로 활동했던 그는 현 상황을 ‘보수의 위기’가 아닌, ‘정치의 위기’로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태극기 들고 거리에 나선 많은 이들을 ‘극우’로 봐서는 안되며, 자력 회복이 가능한 건강한 민주주의 시민으로 인식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집권 가능성을 우려한 보수진영 지지자들의 행동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지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지난 11일 진행된 일문일답.

-박근혜 탄핵 때보다 위중한 상황인가.


"우리나라 정치의 위기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슷하지만, 단지 ‘보수의 위기’라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하다. 정치의 위기인 것 같다. 현 사태의 직접 책임이 있는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에 앞서, 야당부터 얘기를 해야겠다. 야당을 보면, 민주당이라는 비행기가 납치된 것 같다. 민주당이 납치됐는데, (인질들이 범인에 동조하는) 스톡홀름 현상까지 있다. 민주당이 탄핵을 지금 30번째 하지 않았나. 헌법에 규정된 헌법재판관 임기를 법으로 6년으로 늘린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거다. 그 당 국회의원 172명 중에는 법률가도 있고 정치 경륜이 높은 분도 있는데, 몇몇은 아니라고 얘기를 해야 상식적이다. 그런데 한 사람도 없다. 나라의 혼란에 야당도 책임이 없다라고 볼 수가 없다. 물론 직접적 책임은 윤 전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 탄핵 이전 상황을 보면 당대표와 대통령의 소통이 전혀 안됐다."

-국민의힘, 뭐가 문제인가.


"자유민주주의, 즉 보수의 정체성이 사라졌다. 외연확장으로 인재를 모으고 육성해야 하는데 그것도 사라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자기 사람 위주로 공천했다. ‘친박’ 학살이라는 말이 나왔다. 유능한 사람이 길러지지 않고, 계파 정치에 의해 도태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만해도 수많은 인재를 발굴했다. 지금의 홍준표, 김문수 등이 그때 들어왔다. 민중당 출신의 이재호, 김부겸 이우재 등도 영입했다. 그 후로 그런 게 없다. 이 전 대통령은 자기 패거리들만 공천을 주고 다른 색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친이’를 쳐냈다. 사람이 남아 있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렇게 된 데는 인재를 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념에 충실하지 않고, 마이너스 정치를 했다. 정당이라는 게 이념 중심이어야 하는데, 패거리 정치만 설치는 이익집단이 됐다. 무슨 일이 있을 때는 이해관계만 따라간다. 자유민주주의라는 보수의 가치로 당을 운영하고 지키지 않고 이해관계를 따른다.

이번 탄핵도 이념에 의해서 한 게 아니라고 본다. 당론으로 탄핵을 정하지도 않았다. ‘친윤’, ‘비윤’, ‘친한’ 등으로 나뉘어서 탄핵까지 간 것 아닌가. ‘친한’이라는 사람들도 자유민주주의, 보수의 가치에 의해서 결정한 게 아니라 계파에 의해서 이뤄진 것으로 본다. 그러니까 탄핵 이후 당이 분열이 됐다. 국민의힘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불행이다."

-국민의힘, 보수정당인가


"국민의힘은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대타협에서 탄생했다. 산업화 세력은 군부, 민주화 세력은 재야 민주화 세력을 말한다.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대타협을 했던 게 6월 항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6월 항쟁 때 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지냈다. 당시에는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는데 지나면 지날수록 ‘명예혁명’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타협으로 우리 정치와 우리 나라가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이후 (3당 합당에서) 보수세력이 과감하게 김영삼을 받아들였다. 당의 혁신이고 개혁이다. 김영삼 대통령도 민중당을 받아들였다. 민중당은 민주당보다도 훨씬 좌파적 입장에 있었다. 이들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당으로서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 그 이후에도 나름 개혁이 진행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으로 민주화 세력도 연합한 정당이 국민의힘이다. 그러니까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지금 야당이 독점적으로 주장할 수 없다. 김영삼의 민주화 세력이 민주화 운동의 공을 가지고 들어간 것이다. 김대중의 민주당만 민주주의를 한 게 아니다. 지금 공은 나눠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보수’라고 하면 ‘고집불통’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수의 가치는 자유민주주의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는 결점도 있지만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좋은 제도다. 우리 같은 분단국가에서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안보를 지킨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가. 북한과 같은 체제가 돼서는 안된다."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1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호텔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보수정당, 개혁이 왜 멈췄나


"이명박, 박근혜 이분들이 보수정당을 망친 사람들이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까지 당하지 않았나. 폐족이 된 것인데도, 제대로 추스리는 개혁을 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탄핵의 충격이 크기는 했겠지만, 그걸 못하니까 당과 보수가 극단적으로 가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의힘이 보수세력을 통합하는 일에 실패한 것이다. 정당이 제대로 일을 안 하니까 보수의 광장 정치가 시작됐다. 중도세력을 껴 안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눈치만 봤다. 지금도 똑같다. 그러니까 이쪽에서도 지지를 못 받고 저쪽에서도 지지를 못 받고, 어정쩡하게 눈치만 보는 정당이 됐다."

-‘윤 어게인’에 대한 우려가 크다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탄핵 전에 가장 걱정한 게 뭔가. 밤낮으로 수 십 만명이 모여 탄핵 반대, 탄핵 찬성을 외치던 사람들의 헌재 판단에 대한 승복 여부였다.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어떤가. 조용하다. 승복한 것이다. 그건 뭐냐, 윤석열을 지지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계엄 직전 17%까지 떨어진 윤 전 대통령 지지율이 한때 50%까지 올랐었다. 왜 그랬을까. 윤석열 지지가 아니라, 이재명을 반대하는 여론이었다. 이재명에 대한 반감에서 그런 거지, 윤석열이 좋아서 한 게 아니다."

-보수의 변질은 아닌가


"그렇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에 윤 전 대통령과 함께 한다는 사람들은 뭘 모르는 사람들이다. 윤 전 대통령을 믿고 나왔다면, 결과는 필패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다. 현실을 착각하면 안된다. 거리에서, 관저 앞에서 밤을 새운 사람을 보고 국민이 지지한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그런 사람들은 원래부터 있었던 사람들이다. 말이 나왔으니,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의 지난 총선 결과가 2%대였다(실제 득표율은 2.6%). 100만 당원이라고 주장했지만, 단 1명의 비례대표도 당선 못 시켰다. 여전히 그들은 아주 극소수다. 오히려 지금 민주당을 염려하고 있다. 거기는 민노총이라든지 막무가내 세력이다. 172석 가지고 막 한다. 제왕적 의회가 더 걱정이다. 제왕적 의회가 된 건 87년 체제의 한계와 선거법 때문이다. 지난 총선, 민주당과 국민의힘 총득표 차이는 5%였다. 그러면 의석이 5% 차이 나야 되는데, 선거제 모순으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간에 이번에 대통령 출마하는 사람이라면 개헌을 제일 앞세워야 한다."

-국민의힘,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의힘에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거라는 예상이 많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그는 매맞는 심정으로 개헌을 하고 3년 안에 물러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개헌을 약속하고, 대통령이 된다면 헌법 정신에 의해서 나라를 운영하겠다, 대통령은 외교만 하고 민주당이 국회에서 추천하는 사람에게 책임총리를 맡기겠다는 식의 통합정치를 해야 한다. 사실 국민들은 보수정당에 매우 화가 나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사태를 바로 잡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 집권 시기의 난맥상이 이어졌다면, 내년 지방선거와 이후 총선, 대선이 모두 어려웠을 것이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9199 함익병 "이준석, 매력 있지만 싸가지는 없다" 평가…왜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98 [속보] 코스닥, 2거래일 만에 장중 700선 내줘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97 경찰 출석 쯔양, 돌연 조사 거부…"피해자 보호 의지 없어"(종합)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96 부산경찰청 사격 훈련중 총기 사고…"1명 머리 출혈, 의식없어"(종합)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95 글로벌 불매운동에… “최악의 경우 美 128조 손실”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94 첫 흑자전환 성공한 토스, 다음 목표는 ‘액티브 시니어’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93 부산경찰청 사격 훈련 중 오발 사고… 1명 사망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92 버스가 도착하면 흰지팡이가 ‘부르르’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91 부산경찰청 사격 훈련중 오발 사고…1명 숨져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90 범보수 후보 적합도 한덕수 '29.6%' 1위…김문수 21.5%·한동훈 14.1%[조원씨앤아이]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89 "김세의 무혐의? 말도 안 돼" 결심한 쯔양 "무섭지만‥" [현장영상]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88 이재명, '대통령 되면 칼 들고 보복하는 거 아니냐' 질문에 웃으며 꺼낸 말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87 파키스탄 뜨려다가 '급제동'‥'해외연수' 탈락한 김현태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86 [속보]쯔양, 조사 거부하고 40분 만에 나와···“경찰이 피해자 보호 의지 없어”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85 증명서 떼러 갔다가… 살인미수 피의자 16년 만에 덜미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84 입만 열면 '약점' 노출…트럼프 "농부 버티라" "이민자 재입국 돕겠다"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83 ‘일가족 살해’ 50대 남성, 혐의 인정…“부동산 분양 실패로 수사받아”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82 최상목, 다음 주 워싱턴행‥관세 협상 '본격화'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81 美, 엔비디아 저사양 AI칩까지 '中수출 무기한 제한' new 랭크뉴스 2025.04.16
49180 까만 래커로 '내란' 낙인 찍혔다…'尹 친필 휘호석' 존치 골머리 new 랭크뉴스 202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