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지난해 12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개최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내란 가담’ 의혹 대상자인 이완규 법제처장까지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4개월 동안 광장에서 윤석열 파면과 내란 종식을 외쳐온 시민들은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 권한대행의 후보자 지명을 ‘광화문 초대장’으로 규정하며, 다시 광장에 나서 “완전한 내란 종식”을 외치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주말마다 광화문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했다는 직장인 김현오(38)씨는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완규 처장 재판관 임명은 상상도 못했다. 내란혐의자가 내란혐의자를 임명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원 봉사를 하며 광장을 지켜왔던 이아무개(29)씨도 “한덕수가 무슨 권한이 있어서 대통령 몫의 후보자까지 임명을 하느냐”며 “대행이라 임명권이 없다며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안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이런 지명에 나선 걸 이해할 수 없다. 내란혐의자가 헌법재판관이 되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일상 회복’을 반겼던 시민들은, 나흘 만에 들이닥친 황당한 소식에 다시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나갈 채비를 했다.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대학생 허수경(25)씨는 “주변에선 오늘 ‘광화문 초대장’이 어김없이 날아왔다고들 말한다”며 “한덕수도 사실 내란 공범인데 아직까지 권한대행 유지를 하고 있는 것도 말이 안된다. 윤석열 파면이 끝이 아니라 내란 종식, 내란 세력 척결까지 가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 무대 발언을 기록해 온 이지완(31)씨도 “내란 세력을 철저하게 뿌리뽑기 위해 광장에 나가 더 투쟁하라는 초대장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정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 대표는 “파면 이후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인데, 이런 식이면 우리가 다시 일상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한 권한대행의 권한 남용을 지적하며, 이날 임명을 ‘내란 사태의 지속’으로 평가하는 성명을 냈다. 참여연대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데다 내란을 방조한 혐의를 가진 자가 향후 6년 간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재판관 후보자를 알박기하듯 지명하는 것은 차기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연합도 “한덕수 권한대행이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를 지명하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는 크나큰 정치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군인권센터는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여전히 한덕수와 최상목을 앞세워 내란을 ‘대행’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그간 광장을 이끌어온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대표자 회의를 통해 이름을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으로 바꿔 달고 “한덕수 등 내란세력 청산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