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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현대 정치사 상징 'DJ 사저'…등록 문화유산 등재 첩첩산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는 DJ 정치 인생을 넘어, 우리 근현대 정치사를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군사 독재를 상대로 한 민주화 투쟁 시기 김 전 대통령의 투옥, 사형 선고, 가택연금, 납치 사건 등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제15대 대통령 당선 직후 동교동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고, 퇴임 직후에도 동교동 사저로 향했습니다.

재야인사 등과의 숱한 만남이 사저에서 이루어져, DJ 정치 세력을 뜻하는 '동교동계'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전 의원이 '상속세 부담'을 호소하며 이 사저를 매각하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근현대사의 결정적 순간을 담은 DJ 사저가 민간에 넘어가면서, 이곳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훼손될 수 있단 우려가 나왔습니다.


■ 서울시 우선 '보류' 결정… '건축물 50년 기준'이 발목

그러자 사저가 위치한 지자체인 마포구는 지난해 11월, 서울시에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국가등록문화 유산으로 선정되면, 건물의 수리 유지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대신 소유주가 건물 외관을 바꾸거나 철거할 때 반드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셈입니다.

KBS 취재 결과, 최근 서울시 국가유산위원회가 마포구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신청에 대해 '보류' 결정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사저에 대한 현지 조사를 실시한 뒤 내려진 결정입니다.

'보류' 결정의 배경에는 '건축물 50년 기준'이 있었습니다.

근현대문화유산법은 '건설ㆍ제작ㆍ형성된 후 50년 이상이 지난 것'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교동 사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현재 건물은 2000년 11월에 등기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적혀있습니다.

서류상 기록으로는, DJ 사저는 건설된지 50년이 되지 않는 건물인 셈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60년대부터 이곳에 머물렀지만, 2000년대 철거됐다 다시 지어지면서 등기부등본 기록이 변경된 겁니다.


■ '건축물' 아닌 '기념물'로 심의…다른 전직 대통령 사저는 등록문화유산 지정

'건축물 50년 규정'이 걸림돌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서울시는 앞서 2020년에도 김홍걸 전 의원이 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을 때 같은 이유로 '부결'했습니다.

다만 서울시는 이번에는 민주화운동 성지로서의 의미를 강조하고, 사저 건물뿐 아니라 터 등을 포함해 건축물이 아닌 '기념물'로 다시 심의하기로 했습니다.

'기념물'로 심의하면 '건축물 50년 기준'을 우회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관련법이 개정되며, 50년 미만 건축물도 '예비 '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수 있는 규정이 생겼지만, 말 그대로 '예비' 조치의 성격이 강합니다. 실제 국가등록문화유산과 달리 보존·지원 등에 대한 강제성이 없습니다.

이미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등 다른 전직 대통령 사저는 이미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서교동에 있는 최규하 전 대통령 사저의 경우, 등재 당시인 2008년 DJ 사저와 마찬가지로 건립한 지 50년이 되지 않았지만 '보존의 시급성' 등이 인정돼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가 개인에게 팔려서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그대로 보존될 수 있도록 정부·서울시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 '민간 소유주 동의' 얻은 뒤에도 첩첩산중…1년여간 '보존 공백' 우려

DJ 사저의 등록유산 신청 시도는 수차례 예상치 못한 난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소유권이 민간에 넘어가면서, 타인 소유물의 등록유산 신청시 '소유주 동의'를 추가로 얻어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마포구가 소유주와의 논의 끝에 당사자에게 국가등록유산 신청 동의서를 받아내며 첫 관문을 넘어섰지만, 이번에 또 다른 난관을 마주하게 된 겁니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중 국가유산위원회 기념물분과에서 사저 현지 조사를 다시 실시할 예정이지만, 심의에만 2~3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라 시간이 지체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후 국가유산청 심의를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국가등록유산이 되는데, 여기에는 또 수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7월 민간에 매매된 뒤 1년여간, 보존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한때 검토됐던 김대중 재단 차원의 재매입 역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배기선 김대중재단 사무총장은 "개축하는 과정에서 사저가 변형이 이루어졌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활동 근거지로서 사저의 의미는 변함이 없다"며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화유산으로 제정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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