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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국민의힘 지도부가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한 뒤 언론을 향해 날것 그대로의 ‘옥중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이 전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헌법재판소를 공격하고 야당을 독일 나치에 견주는 내용도 있었다. 면회를 가기 전엔 ‘인간적 도리’를 지키려는 ‘개인적 차원’의 만남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더니, 접견 뒤엔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내란죄 피고인의 일방적 주장을 전파한 것이다. 집권 여당 지도부가 극우 유튜버와 극렬 지지층에 끌려다니며 헌정 파괴 범죄 피고인의 메신저 구실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3일 오전 11시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여당 지도부와 만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만남에는 5선의 나경원 의원도 동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구치소를 찾은 대통령실 참모들과 만난 바 있다. 그는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에 “(당이) 하나로 뭉쳐달라”는 말과 함께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헌재와 야당을 향해서도 일방적 비판을 쏟아냈다.

나경원 의원은 접견 뒤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 재판 과정의 편향적 부분, 헌법재판관의 편향적 행태에 대한 우려를 (윤 대통령과) 함께 나눴다”며 “윤 대통령이 (야당의) ‘줄탄핵’을 비롯한 예산 삭감, 의회 독재로 국정이 마비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런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며 내란죄 피고인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전했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을 1930년대 독일 나치당에 빗댄 문제 발언도 그대로 전달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독일 나치도 선거로 정권을 잡았는데, 민주당 독재가 그런 형태가 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이 하나가 돼 2030 청년들을 비롯해 국민께 희망을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권영세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나라에 대한 걱정이 굉장히 많았다. 당이 잘 뭉쳐서 국민 지지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지도부와 당 중진의 이런 행태를 두고 당내에서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 접견 자체가 ‘개인적 성격’이라고 강변하더니,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가 함께 구치소를 찾아 헌정 파괴 범죄 피고인을 접견한 뒤 기자들 앞에서 비공식 브리핑까지 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보수 집권 여당의 지도부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도부 일원인 김재섭 조직부총장은 취재진과 만나 “과거에 발목 잡히는 비대위보다는 혁신 경쟁에 뛰어드는 비대위가 돼야 하는데,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모습은 아무래도 과거에 매몰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한겨레에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옥중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라며 “거기를 찾아가서 (정치 발언을) 유도하는 의원들도 신중해야 한다. (대선에선) 중도층을 잡아야 승리한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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